코스피 ‘공포지수’ 14% 급등… 실물경제 불똥 튈라 초긴장

신민기기자 , 박재명기자 , 송충현기자

입력 2017-09-05 03:00 수정 2017-09-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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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풍’ 맞은 금융시장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북한의 도발에 한국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이전에도 북한의 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은 휘청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를 찾았다. 학습효과를 통해 투자자들은 북한 리스크를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이번 6차 핵실험의 충격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크고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시장 점검에 나섰다.

핵실험 다음 날인 4일 아침 국내외 투자자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개장을 지켜봤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열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북한 리스크의 세계 경제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금융시장은 문을 열자마자 급락했다. 코스피는 40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로 낙폭은 다소 줄었지만 약세 시장이라는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해외에서도 이번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게 대표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기술 향상이 확인된 만큼 한국물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의 한 딜러는 “북한이 그간의 모습과 다른 행보를 나타내 한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주류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 때는 코스피가 10일 안에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핵실험 성공을 공식화했고 미국이 대북정책을 초강경 기조로 전환할 수 있는 만큼 충격이 다소 장기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리스크는 우선 이달 9일 북한의 건국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 등 다른 경제 이슈까지 가세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해까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를 반복했던 경제 당국도 최근에는 긴장감을 부쩍 높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경제당국 수장들이 참석했다. 보통 각 부처 차관급이 주재하는 시장점검 회의를 이례적으로 경제부총리가 직접 주재한 것은 정부가 그만큼 상황을 급박하게 봤다는 뜻이다.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도 달라졌다. 김 부총리는 “최근 북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며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북한의 위협이 진행형이며, 확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에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제시한 ‘경제성장률 3%’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북한은 13차례에 걸쳐 18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인 리스크가 된 상황에서 국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냉각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하반기 들어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수출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이 실물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지며 결국 정부가 목표로 한 ‘3% 성장’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 / 세종=박재명 / 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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