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7> ‘현대차 쇼크’가 보내는 7가지 경고음

구자룡기자

입력 2017-08-30 17:46:00 수정 2017-08-30 17: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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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8일 정몽구 회장이 베이징현대차 4공장인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에서 새로 생산된 차량에 사인을 하고 있다.

19일 오전 8시 베이징(北京) 현대자동차 순이(順義) 2공장. 토요일인데도 전 공장이 풀가동 중이었다. 근로자들이 매일 11시간씩 2교대로 근무한다. 건국 60주년 국경절(10월 1일)과 추석까지 8일 연휴로 쉬어 미리 재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휴일도 없다.
(중략)
2007년 한때 슬럼프에 빠졌던 베이징현대는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딜러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여기저기서 차를 빨리 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다. 허난(河南) 칭하이(靑海) 성 등 일부 지역은 시장점유율이 이미 ‘매직 넘버’ 10%를 넘겼다.
(중략)
베이징현대 노재만 사장은 “산을 오를 때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해 겸손한 자세도 잊지 않았다. 베이징현대 공장에는 중국 국내외에서 한 해 8만 명 가량이 견학을 와 ‘코리아 현대’에 감탄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새로운 신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09년 9월 22일 ‘기자의 눈’으로 출고된 기사다. 당시 베이징현대 백효흠 판매본부장은 김태윤 생산본부장에게 ‘제발 차를 좀 만들어 공급해 달라’고 접대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서둘러 연간 생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 3공장을 서둘러 지어 연간 100만대 이상으로 늘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순차적으로 1~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베이징현대는 현재 베이징의 1~3공장(105만 대)과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에 4공장(30만 대), 충칭에 5공장(30만 대) 등 총 5곳에서 연간 165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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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이 중단되면서 중국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휴가를 가거나 교육을 받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150여 개 한국 부품업체 중 일부는 6개월 전 부품대금을 이제야 받을 정도다.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8월 30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다. 베이징현대차의 승용차 공장 4곳이 비록 일시적이라도 생산을 중단한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올해 상반기 현대 기아자동차 중국 판매량은 모두 43만947대로 지난해 상반기(80만8천359대)보다 52.3% 줄었다.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대와 반한 감정이 베이징현대차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성 조치들이 베이징현대차에 직접 가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드 보복 분위기가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를 곤두박질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베이징현대차 3공장


‘중국발 현대차 쇼크’는 한국 경제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사드 보복의 충격’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디까지 갈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사드 보복은 지난해 7월 12일 한국과 미국 당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류 연예인의 출연 중단을 포함한 제한과 금지, 화장품 등 수출품의 통관 강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행 단체 관광 금지, 한국업체가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장착 차량 보조금 중단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롯데가 올해 2월 말 경북 성주의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정부에 제공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롯데 마트에 소방 위생 점검을 통해 트집을 잡아 영업 정지 처분을 하는 등 보복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이번 현대차 사태가 주는 경고음 내지 교훈은 7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①‘수출 비중 25.1%’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 25.3%는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 무역 흑자는 375억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 892억 달러의 42%를 차지한다. 사드 등 한중 갈등이 경제 분야로 파급되면 그 타격은 어느 국가나 지역과의 갈등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히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깨운다. 또한 너무 높은 의존도는 취약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동남 아시아나 인도 중동 등으로 다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② 한중 경제 지위가 역전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 중국 교역 비중과 흑자가 크지만 2013년을 정점으로 4년째 내리막길이다. 2013년 2742억 달러, 무역 흑자는 628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떨어지고 있다. 올해 교역은 2000억 달러 아래, 흑자는 300억 달러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은 한중간 기술격차가 2002년 4.7년에서 2015년 3.3년으로 좁혀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더욱 빠르다. 현대자동차의 판매 하락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등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사드 보복성 분위기’가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추세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③부품 소재 위주의 대중 수출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 대중 수출의 80% 가량이 부품 소재 등 이른바 중간재였다가 최근 70% 중반으로 낮아졌으나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한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중국을 중간 생산기지로 삼는 것은 중국 내수 시장 진출에도 뒤질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의 덤터기도 쓰게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면 가장 타격을 입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④시장에 취해 자만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현대차가 3공장을 완공해 연간 105만대 생산 체제가 될 때까지는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그후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국내 시장의 수요 트랜드가 SUV로 옮겨가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중국은 보조금 지금과 충전소 증설 등으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는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는 지 의문이다. 8월 30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1위는 중국의 BYD로 13%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휴대전화가 모토롤라와 노키아, 애플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다 6,7위로 밀려났다. 샤오미(小米)에 이어 비보 오포 TCL 화웨이(華爲) 등 중국 로컬업체 군단은 가격 경쟁력도 있지만 기술력이 높아지고 중국 소비자들에 특화된 제품과 마케팅이 삼성이나 애플을 압도하고 있다.

⑤여전히 묻지마 진출은 없는 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 중소 화장품 업체 제품의 통관 불허 사례가 많아졌다. 마침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나타난 시기와 맞물려 사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통관 불허 내역을 들여다보면 화장품 내용물 표기 위반 등 단순한 요인이 많았다. 이를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25년이 지났는데도 ‘임금이 싸서’ ‘¤시(관계)를 믿고’ 등 수교 초기의 자세로 중국 시장에 들여오려는 중소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⑥중국은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가 높다. 현대차가 수요 증가와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대비 차원에서 공장을 증설하고자 할 때 선호한 지역은 4공장을 지은 지금의 허베이(河北) 성 창저우(常州)가 아니었다. 중서부 시장 개척을 위해 충칭(中京)이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 정부의 수도권 종합 개발 계획인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개발에 부응하기 위해 허베이성이 지목됐다. 그런 이유로 4,5공장을 허베이와 충칭에 나눠 건설하게 됐다고 한다. 삼성이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이어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은 것도 중앙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台)의 한 업체는 시의 도시 계획에 따라 공장 지붕의 색깔도 시가 결정한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하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은 삼성 SDI와 LG화학은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우다. 이들 업체의 배터리를 쓰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지 않아 배터리 판매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보조금 비중이 40%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를 받지 못하면 판매가 어렵다.

⑦앞으로 희망은 문화 컨텐츠와 왕성한 스타트업이다. 중국 정부도 한해 800만 명 가량씩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생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기치하에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 시장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진출의 희망은 대기업보다 창의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 벤처기업인들을 양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륙 진출 10만 벤처 기업인 양성론’이라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드로 한류 제한 및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한류 문화 컨텐츠도 ‘봄 날’을 만나면 다시 한 번 중국 대륙에서 날개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모두 가동을 중단했다고 하니까 ‘사드 보복’하는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중국 정부의 사드 반대와 보복이 불합리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대차가 전하는 중국발 경고음의 의미는 더 깊고 심각하다. ‘현대차 공장 중단’을 계기로 올해로 수교 25년을 맞은 한중 경제의 상대적 경쟁력이나 교류의 현주소,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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