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행사 보이콧 여파… 파티-레드카펫 줄어든 BIFF

장선희 기자

입력 2016-10-05 03:00 수정 2016-11-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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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식어버린 부산국제영화제

작년만 같았으면… 69개국 299편의 초청작으로 꾸려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레드카펫, 파티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예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엔 22만7377명으로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은 지난해 개막식 현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6일 개막하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분위기가 예년보다 위축된 모양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의 여파에 지난해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영화인들의 ‘영화제 보이콧’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영화인 파티와 게스트 행사 취소

 가장 눈에 띄는 건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매년 영화제 기간에 열어온 영화인의 밤 등 다양한 초청 행사(파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은 올해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한 해 동안 영화를 선보인 배우와 감독, 바이어 등 영화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각 배급사의 내년도 영화 라인업이 공개돼 영화제 하이라이트의 하나로 꼽혔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행사 비용을 내는 주최 측이나 식사 등을 제공받는 참여자 모두 법 위반 여부로 부담스러운 데다 일부 영화인들이 영화제에 대해 계속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배우와 제작자 등 VIP들이 참석해 영화 투자나 마케팅의 계기도 되는 의미 있는 자리인데 취소돼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제 기간 중 영화인과 다양한 분야의 영화 관계자들이 해운대 곳곳의 횟집에서 영화 얘기를 나누던 분위기도 올해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스타로드 행사도 불발

 배우와 감독들의 부산행 역시 줄어들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인 봉준호 감독과 부대표인 류승완 최동훈 변영주 감독 등은 영화제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화제 최대 볼거리의 하나인 ‘스타로드’ 행사도 취소됐다. 마린시티 ‘영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스타로드는 배우들이 150m 길이의 레드카펫을 걸으며 관객과 호흡하는 자리로, 개막식 당일 열리는 레드카펫과 더불어 영화 팬들이 기다려온 행사다. 지난해에는 25개국 80여 명의 배우와 감독들이 참가했다. 개막식 당일의 레드카펫 행사 역시 예정대로 열리되 지난해 전도연 손예진 황정민 등의 톱스타급 배우가 참석한 것과 달리 올해는 일부 신인배우나 외국 감독을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의 스타급 배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김동호 영화제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막판까지 배우와 감독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참여를 독려했지만 영화인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참석하고 싶어도 목소리 큰 영화인들 때문에 불참을 결정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영화인들이 갈등을 보여온 부산시 측에 대해 불만이 남아 있을 수는 있지만 한국 영화가 팬들의 사랑 속에 성장해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해촉 등에 대한 부산시의 사과와 해명 없이 열리는 영화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김정윤 영화제 홍보실장은 “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준비 시간 자체가 촉박하다 보니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난해는 20주년이라 행사 규모가 예년보다 컸던 것이고, 올해도 초청작 상영, 감독과의 만남 등 영화제의 본질적인 행사는 차질 없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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