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중국의 전자상거래 굴기와 ‘和諧’ 전략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입력 2016-08-29 03:00 수정 2016-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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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나온 요정이 마법을 부린 것일까. 하루 매출액이 16조5000억 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때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이를 달성했다. 전체 거래의 68%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뤄졌고 전 세계 232개국에서 매출이 발생했다. 내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미국의 2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추구하던 ‘대국 굴기’를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먼저 이뤄낸 것이다.

‘화해(和諧)’라는 중국인이 자주 쓰는 단어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화해(和解)’와는 다른 단어다. ‘둘 또는 그 이상이 서로 잘 어울리고 조화로워 서로 잘 맞는다’는 뜻으로 화합, 융합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보통 가정과 부부 관계를 일컬을 때 사용되지만 중국 정부와 민간업계의 협력에도 많이 쓰는 단어다. 중국이 전자상거래 굴기를 이뤄낸 저변에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과 청년 ‘촹커(創客·창의적인 벤처사업가)’를 필두로 한 민간의 기업가 정신이 서로 ‘화해(和諧)’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 정보기술(IT)을 10대 산업 분야로 선정해 IT 촹커들의 아이디어 개발과 실현을 장려하고 농촌 지역까지 전자상거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의 전자상거래 정책은 기본적으로 규제보다는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알리바바, 어러머(음식배달업체)와 같은 굴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민간업계도 이에 화답해 전자상거래의 전 국민적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2014년 말 이미 ‘천현만촌(千縣萬村) 프로젝트’를 내세워 10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농촌 지역에 전자상거래 센터 1000개, 서비스점 10만 개를 개설하며 인프라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과거 IT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의 현황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내수 전자상거래는 쿠팡, 위메프 등의 선전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위협하고 있으나 세계 6위의 수출대국임에도 전자상거래 수출 규모는 전체의 0.17%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수출이 연속 19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이때 수출이 다시 한 번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전자상거래에서 찾아야 한다.

전자상거래 수출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정부와 민간의 ‘화해(和諧)’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에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가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개인 ‘파워셀러(월 판매 1000건 또는 1만 달러 이상)’들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이뤄지는 B2C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통관 결제 물류 배송 등의 과정에서 각종 규제와 제도 미비로 고전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 철폐와 동시에 세제 지원 등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전자 대외무역에 대해 ‘선(先)성장, 후(後)관리’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업계도 인프라 투자와 함께 해외 직판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해 현재보다 더 늘어난 100만 온라인 파워셀러 대군을 키워내야 한다.

요술램프에서 나온 요정의 마법이 아닌 민관 합동의 ‘화해(和諧)’ 노력으로 온라인 수출이 일취월장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 신기록이 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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