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투표율 80.2%…‘돈선거’ 광풍 여전

고성=이인모기자 , 청도=장영훈기자

입력 2015-03-11 20:57 수정 2015-03-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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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협·산림 조합장 1326명을 뽑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11일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전국 조합에서 동시에 치러져 높은 관심을 모았다. 투표율은 80.2%(잠정)로 집계돼 2005년 이후 치러진 개별 조합장 선거의 평균 투표율(78.4%)보다 높았다. 그러나 ‘돈 선거’ 광풍은 여전했고 제도상의 허점 때문에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평가다.


● 불법·탈법 얼룩진 선거

경북 청도에서는 1월 A 씨(59)가 조합원 4명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54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인천의 후보자 B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경로당을 방문해 농협 예산으로 지원되는 유류비를 직접 전달했다가 고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까지 전국에서 위법행위 746건이 적발됐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147건을 고발하고 74건을 수사의뢰 및 이첩, 525건을 경고 조치했다. 특히 기부행위가 전체 위법행위 중 291건에 달해 당선 무효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불·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조합장이 농어촌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임기 4년 간 최고 1억 원 상당의 연봉과 각종 업무 추진비를 받는다. 또 인사권과 각종 사업의 집행권을 행사한다. 강원 고성군의 한 조합원은 “(조합장 자리를) 탐낼 만하니까 서로 하려고 욕심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갈라진 농어촌 민심을 봉합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북 김천시에서는 사전 선거운동과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조합장 후보와 조합원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같은 동네에 살던 이들이 서로 고발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한 조합원은 “선거는 끝났지만 어제까지 으르렁대던 반대편 조합원의 얼굴을 들녘에서 볼 생각을 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인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는 “유권자 수가 조합당 평균 2200명 남짓이어서 후보자들이 돈 선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는 일부 국가 예산을 지원받음에도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공공의식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 ‘정책 실종’ 개선책 필요

이번 선거에서는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이 모두 금지됐다. 또 예비후보 등록도 없고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후보가 자신을 알리기도,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 수도 없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 조합장의 ‘현직 프리미엄’만 높였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지 전국 1326개 조합 가운데 204개 조합(15.3%)에서 후보자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충북의 한 단위농협 조합원 양모 씨(56)는 “투표장에 막상 들어서니 누구를 선택할지 몰라 결국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며 “연설회를 한번이라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과도한 제약 탓에 조합원들의 알권리까지 침해돼 선거의 취지 자체가 흐려졌다”며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 정책을 알릴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한 뒤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청도=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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