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이 한줄]남들이 가지 않는 길… 그래서 매력적인 길

동아일보

입력 2013-10-22 03:00 수정 2013-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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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것이 고통임을 깨달은 순간 강한 삶을 안 것이다.” 》

―청춘표류(다치바나 다카시·예문·2005년)

일본에서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청년 11명을 인터뷰하고 책을 썼다. 인터뷰한 청년들의 직업은 칠기 장인, 원숭이 조련사, 정육 기술자, 야생동물 전문 사진작가, 염직가 등. 직업 이름을 보면 인기가 높은 직업은 아니다.

위의 말은 원숭이 조련사의 길을 택한 무라사키 다로에 대해 저자가 서술한 것이다. 일본에서 근근이 명맥만 이어지는 원숭이 조련사가 된 무라사키는 훈련시키던 원숭이가 죽던 날, 밀려오는 슬픔을 삼키며 예정된 공연을 펼친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소극적이었던 무라사키는 그날 이후 달라진다. 원숭이 조련사라는 길을 그는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라사키가 처음 원숭이 조련사를 택하게 된 데는 아버지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학교 선생님은 수도 없이 많지만 원숭이 선생님은 없다. 없으니까 1인자다”라며 원숭이 조련사의 길을 권한다. 부모가 저런 직업을 권한 게 놀랍다. ‘남들이 잘 안 하니까 네가 하면 1인자가 된다’는 말은 양면성을 지닌다. 아무도 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해 ‘2등 시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아프리카 부족을 방문한 신발회사 영업사원이 부족원들이 아무도 신발을 안 신는 것을 본 상황과 비슷하다. ‘이 사람들한테 모두 신발을 팔면 큰 이익이 되겠다’는 생각과 ‘원래 신발을 안 신으니, 한 켤레도 팔 수 없겠다’는 생각은 동전의 양면이다.

무라사키를 비롯한 11명의 청년들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그래서 위험하고 매력적인 길을 가는 이들이다. 어찌 보면 이들의 삶이야말로 교과서적인 삶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사회의 기준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당장!’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평범한 청년들은 사는 것이 고통임을 깨달았을 때 ‘정말 아플까’부터 먼저 생각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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