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난 모범운전자” 라더니…창문 내리고 “야!”
동아일보
입력 2013-01-03 03:00 수정 2013-01-03 13:37
“난 모범운전자”… 출발 9분만에 끼어든 차 따라가 욕설
《“어제 출퇴근길, 혹시 자신도 모르게 ‘헐크’로 변한 순간은 없으신가요?”
도로교통법은 한국인들이 일생 중 가장 많이 어기는 법률로 꼽힙니다. 아무리 착한 성품을 가진 운전자라도 운전대만 잡으면 반칙 운전을 일삼기 때문이죠.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단속카메라를 지나면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지 않으셨나요. 익숙한 도로에서는 방향지시등 켜는 게 왜 그렇게 귀찮을까요.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를 하지는 않았나요. 심리학자들은 이런 반칙 운전의 이면에 운전자의 오만과 독선, 영웅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평범한 운전자 3명의 차에 올라타 그들이 점점 헐크로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했습니다.》2일 본보 기자가 나이와 성별, 운전경력이 다른 운전자 3명의 차량에 각각 동승했다. 운전자들이 기자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운전하도록 “차를 몰고 ‘지정된 장소’로 함께 이동한 뒤에 실험을 시작한다”고 알린 다음 실제로는 출발에서부터 운전 행태를 분석했다.
이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난 습관은 △무리한 끼어들기 △과속 △욕설과 경적 울리기 △근접운전 △신호 위반 순이었다. 심리학자와 교통문화 전문가 등 7명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① 끼어들기← ‘절대 손해 볼 수 없어’
세 운전자에게서 모두 나타난 ‘무리한 끼어들기’ 습관은 어떤 일에서 자신이 이득을 본 건 금방 잊는 반면에 손해를 본 것에는 지나치게 집착하는 ‘손실 혐오’ 심리에서 비롯됐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심리학 박사)은 “손해 보기 싫다는 욕심 탓에 다른 차로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끼어들 기회를 노리고, 작은 틈만 나면 성급하게 끼어들다 보니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까지 깜빡 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 과속← ‘내가 제일 잘나가’
운전을 ‘가급적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미션’으로 여기는 심리와 자기과시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과속을 운전 능력으로 여겨 그걸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운전을 ‘생활’의 일부가 아닌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미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급한 약속이 없는 때에도 기계적으로 빨리 운전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③ 욕설과 경적← ‘악당을 혼내주자’
‘영웅 심리’ 탓이다. 영화 속 ‘배트맨’이 훨훨 나는 배트카를 타고 악당 ‘조커’를 응징하듯 굼떠서 교통흐름을 악화시키는 초보운전자나 끼어들기 차량을 용서하지 않고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하며 응징에 나선다는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사회학자 잭 카츠는 도로 위의 운전자는 운전 내내 자신이 주인공인 ‘도덕적 드라마’를 한 편씩 쓴다고 했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따라붙어 욕설을 하거나 째려보는 이유도 이런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④ 꼬리 물기← ‘잘못하면 나만 욕먹는걸’
‘근접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의 행태는 ‘군중심리’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위 ‘꼬리 물기’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해도 뒤차에서 경적을 울리고 욕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욕먹기 싫어서’ 덩달아 근접운전을 한다”고 분석했다.
⑤ 신호 위반← ‘어린애가 떼를 쓰듯’
“교통법규는 어디까지나 나의 필요대로 해석할 수 있고 신호는 꼭 필요할 경우에만 내가 잘 판단해서 지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유아적 자기중심 사고’의 결과다. 이순철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치 어린애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며 떼를 쓰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 분석했다. 신호 위반을 일삼는 운전자들은 ‘법이 내 안전을 확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보다 운전자 자신의 능력을 더 믿고 신호 또한 멋대로 해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선희·이은택 기자 sun10@donga.com
공동기획: 경찰청·손해보험협회·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안전공단
《“어제 출퇴근길, 혹시 자신도 모르게 ‘헐크’로 변한 순간은 없으신가요?”
도로교통법은 한국인들이 일생 중 가장 많이 어기는 법률로 꼽힙니다. 아무리 착한 성품을 가진 운전자라도 운전대만 잡으면 반칙 운전을 일삼기 때문이죠.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단속카메라를 지나면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지 않으셨나요. 익숙한 도로에서는 방향지시등 켜는 게 왜 그렇게 귀찮을까요.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를 하지는 않았나요. 심리학자들은 이런 반칙 운전의 이면에 운전자의 오만과 독선, 영웅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평범한 운전자 3명의 차에 올라타 그들이 점점 헐크로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했습니다.》2일 본보 기자가 나이와 성별, 운전경력이 다른 운전자 3명의 차량에 각각 동승했다. 운전자들이 기자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운전하도록 “차를 몰고 ‘지정된 장소’로 함께 이동한 뒤에 실험을 시작한다”고 알린 다음 실제로는 출발에서부터 운전 행태를 분석했다.
이들에게 빈번하게 나타난 습관은 △무리한 끼어들기 △과속 △욕설과 경적 울리기 △근접운전 △신호 위반 순이었다. 심리학자와 교통문화 전문가 등 7명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① 끼어들기← ‘절대 손해 볼 수 없어’
세 운전자에게서 모두 나타난 ‘무리한 끼어들기’ 습관은 어떤 일에서 자신이 이득을 본 건 금방 잊는 반면에 손해를 본 것에는 지나치게 집착하는 ‘손실 혐오’ 심리에서 비롯됐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심리학 박사)은 “손해 보기 싫다는 욕심 탓에 다른 차로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끼어들 기회를 노리고, 작은 틈만 나면 성급하게 끼어들다 보니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까지 깜빡 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 과속← ‘내가 제일 잘나가’
운전을 ‘가급적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미션’으로 여기는 심리와 자기과시 심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과속을 운전 능력으로 여겨 그걸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운전을 ‘생활’의 일부가 아닌 정해진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미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급한 약속이 없는 때에도 기계적으로 빨리 운전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③ 욕설과 경적← ‘악당을 혼내주자’
‘영웅 심리’ 탓이다. 영화 속 ‘배트맨’이 훨훨 나는 배트카를 타고 악당 ‘조커’를 응징하듯 굼떠서 교통흐름을 악화시키는 초보운전자나 끼어들기 차량을 용서하지 않고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하며 응징에 나선다는 것.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의 사회학자 잭 카츠는 도로 위의 운전자는 운전 내내 자신이 주인공인 ‘도덕적 드라마’를 한 편씩 쓴다고 했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따라붙어 욕설을 하거나 째려보는 이유도 이런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④ 꼬리 물기← ‘잘못하면 나만 욕먹는걸’
‘근접운전’을 일삼는 운전자들의 행태는 ‘군중심리’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위 ‘꼬리 물기’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해도 뒤차에서 경적을 울리고 욕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욕먹기 싫어서’ 덩달아 근접운전을 한다”고 분석했다.
⑤ 신호 위반← ‘어린애가 떼를 쓰듯’
“교통법규는 어디까지나 나의 필요대로 해석할 수 있고 신호는 꼭 필요할 경우에만 내가 잘 판단해서 지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유아적 자기중심 사고’의 결과다. 이순철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치 어린애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며 떼를 쓰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 분석했다. 신호 위반을 일삼는 운전자들은 ‘법이 내 안전을 확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보다 운전자 자신의 능력을 더 믿고 신호 또한 멋대로 해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선희·이은택 기자 sun10@donga.com
공동기획: 경찰청·손해보험협회·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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