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메콩江 공정’… 신축 빌딩에 ‘SINO GREAT WALL’ 간판

프놈펜=김성규기자

입력 2018-03-13 03:00:00 수정 2018-03-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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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현장 가보니

캄보디아 수도 중심부인 프놈펜 왕궁 앞을 흐르는 톤레사프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한창 건설 중일 때의 인천 송도신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부동산 개발 현장이 나온다. 이름은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왕실이 지분을 보유한 캄보디아 최고급 호텔 ‘나가월드’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다.

캄보디아 간판에서는 크메르어와 영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이 일대 걸려 있는 부동산 홍보 간판들에는 대부분 중국어가 쓰여 있었다. 아직 건설 중이어서 쭉 뻗은 도로 인근에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지는 않지만 공사 중인 건물 안에서는 현장 소음이 내내 들려왔다. 톤레사프강 지류에 있는 하얀색 캄보디아 환경부 건물 바로 옆에 지어지고 있는 건물에는 큼지막하게 ‘SINO GREAT WALL(神州長城)’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최근 메콩강 일대에 중국이 대대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가호텔 내부 고급 카지노에는 중국인 고객들이 슬롯머신과 테이블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달 초 이곳을 찾은 기자에게 현지 교민은 “현재 캄보디아 경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곳은 중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메콩강 주변국에 대해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이 자국을 비롯해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6개국에서 벌이는 각종 인프라 사업과 산업 프로젝트는 132개에 이른다. 중국은 이 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란창-메콩 협력(LMC)’을 2015년 출범시켜 재정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1월 프놈펜에서 열린 2차 지도자 회담에서는 프놈펜 선언과 란창-메콩 협력 5개년 행동계획 등이 채택됐다. 특히 중국과 캄보디아 수교 60주년을 맞이한 올해에는 중국의 캄보디아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캄보디아 투자액은 14억4692만 달러(약 1조5405억 원)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투자가 아닌 원조만 봐도 매년 3억 달러 수준으로 2002년 이후 캄보디아 전체 원조액의 30%를 차지한다.

중국이 이 지역에 대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엄은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투자는 최근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 캄보디아 정권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7월로 예정된 총선에 대비해 훈 센 캄보디아 총리가 야당 탄압을 강행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강하게 비판하며 제재에 나섰지만 중국은 총선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등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국방부가 캄보디아 군 병원에 장비를 보내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신남방정책’을 외치고 있는 정부는 물론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 지역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유한 ‘프놈펜타워’를 중국 회사가 인수했다. 또 다른 한국 기업이 건설 중이던 프놈펜 최고 중심가의 빌딩도 시공사의 재정 문제로 올해 1월 중국 회사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위상이 중국에 눌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 핀테크 기업 ‘웹케시’ 등이 교육기관과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워 한국의 정보기술(IT)을 전수하고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지만 이 외에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기회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경무 KOTRA 프놈펜무역관 관장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경계하는 분위기를 이용해 차별화된 협력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며 “중국의 투자로 현지 산업 인프라가 개선되면 오히려 사업 여건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프놈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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