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잘린 뒤 알바 얻기도 힘들어… 아이도 어린데 먹고 살아갈 길 막막”
송혜미 기자 , 박은서 기자
입력 2019-04-11 03:00 수정 2019-04-11 09:40
실업급여 창구 3040의 눈물
3월 3040 취업자 수 25만명 줄어… 40대는 全연령 중 고용률도 하락
‘경제의 허리’ 경기침체 직격탄
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창구에서 만난 임모 씨(36)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년간 식자재 배송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지난달 권고사직을 당했다. 배송 중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팔과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어 3주간 입원까지 한 임 씨는 “몸도 안 좋은데 어디를 가냐”란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구를 찾았다. “아파도 가족을 생각하면 얼른 일을 구해야 하는데,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 가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9, 10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에선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 40대의 ‘암울한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경력이 있고 한창 일할 나이인데 회사에서 잘렸다”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10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5만 명 늘었지만 30대는 8만2000명, 40대는 16만8000명 줄었다. 40대는 전 연령 중 유일하게 고용률(78.0%)이 전년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를 찾은 이모 씨(48)는 20년 동안 일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는 아내에게 해고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평소 출근 복장인 점퍼 차림에 백팩을 메고 나온 이 씨는 “출근한다고 집을 나선 뒤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왔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실업급여 설명회를 듣고 나온 그는 퇴근시간까지 머물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국계 제조업체에서 26년간 일한 박모 씨(49)는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실직자가 됐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던 120명이 하루아침에 전부 해고됐다. 허무함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에 경력사원으로 들어가기도 힘들다. 우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평생 할 만한 일을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고용 사정은 ‘투잡’ ‘스리잡’을 뛰며 열심히 살아온 청년조차 실업급여 창구로 내몰고 있다. 바이오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한 강모 씨(34)는 오전 2시까지 대리운전을 했다. 주말에는 9시간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도 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 번 한 달 수입은 300만 원이 채 안 됐다. 강 씨는 지난달 말 바이오업체에서 해고되면서 모든 일을 그만뒀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일을 구하지 못하면 비정규직으로라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본업이 미술 강사인 박모 씨(31·여)도 8개월간 일한 한식뷔페에서 해고돼 실업급여 창구를 찾았다. 일주일에 세 번만 수업을 하는 박 씨는 투잡 생활이 8년째다. 그는 “요즘 폐업하는 식당이 많아 일자리를 옮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6397억 원)과 수급인원(50만6000명)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센터는 실직자들의 최후 피난처였다.
송혜미 1am@donga.com·박은서 기자
3월 3040 취업자 수 25만명 줄어… 40대는 全연령 중 고용률도 하락
‘경제의 허리’ 경기침체 직격탄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출석 확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센터 측은 하루 평균 150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다고 밝혔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생후 7개월 된 딸이 있어요. 아내와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창구에서 만난 임모 씨(36)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2년간 식자재 배송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 지난달 권고사직을 당했다. 배송 중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팔과 어깨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어 3주간 입원까지 한 임 씨는 “몸도 안 좋은데 어디를 가냐”란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구를 찾았다. “아파도 가족을 생각하면 얼른 일을 구해야 하는데, 경기가 어렵다고 하니….” 가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9, 10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고용센터 실업급여 창구에선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 40대의 ‘암울한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경력이 있고 한창 일할 나이인데 회사에서 잘렸다”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10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5만 명 늘었지만 30대는 8만2000명, 40대는 16만8000명 줄었다. 40대는 전 연령 중 유일하게 고용률(78.0%)이 전년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를 찾은 이모 씨(48)는 20년 동안 일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는 아내에게 해고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평소 출근 복장인 점퍼 차림에 백팩을 메고 나온 이 씨는 “출근한다고 집을 나선 뒤 실업급여라도 받으려고 왔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실업급여 설명회를 듣고 나온 그는 퇴근시간까지 머물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국계 제조업체에서 26년간 일한 박모 씨(49)는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실직자가 됐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던 120명이 하루아침에 전부 해고됐다. 허무함이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에 경력사원으로 들어가기도 힘들다. 우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평생 할 만한 일을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고용 사정은 ‘투잡’ ‘스리잡’을 뛰며 열심히 살아온 청년조차 실업급여 창구로 내몰고 있다. 바이오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한 강모 씨(34)는 오전 2시까지 대리운전을 했다. 주말에는 9시간 발레파킹 아르바이트도 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해 번 한 달 수입은 300만 원이 채 안 됐다. 강 씨는 지난달 말 바이오업체에서 해고되면서 모든 일을 그만뒀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일을 구하지 못하면 비정규직으로라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본업이 미술 강사인 박모 씨(31·여)도 8개월간 일한 한식뷔페에서 해고돼 실업급여 창구를 찾았다. 일주일에 세 번만 수업을 하는 박 씨는 투잡 생활이 8년째다. 그는 “요즘 폐업하는 식당이 많아 일자리를 옮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6397억 원)과 수급인원(50만6000명)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센터는 실직자들의 최후 피난처였다.
송혜미 1am@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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