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주인 있는 개
노트펫
입력 2019-02-14 14:09 수정 2019-02-14 14:09
[노트펫] 5년 전, 강원도 화천의 어느 펜션(pension)에 간 적이 있다. 그 펜션은 ‘산은 선명하고 물은 맑다’라는 뜻을 가진 산자수명(山紫水明)에 딱 어울리는 곳에 있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풀고 펜션 주변을 산책했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무렵, 난데없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무엇인가를 빠르게 추격하는 개의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다.
개에게 쫓긴 동물은 길고양이었다. 개가 턱 밑까지 추격해오자 길고양이는 다급한 마음에 십여 미터는 족히 될 정도로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개는 고양이와는 달리 높은 나무를 오를 재주가 없다. 답답한 개는 컹컹 몇 번 짖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개가 간 후 고양이는 나무에서 내려와서 재빠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예상했겠지만 그 개는 펜션 주인이 키우는 개였다.
개는 무리를 이루면서 사는 사회적인 동물인 늑대의 후손이면서, 가까운 친척이다. 그래서 개는 무리에서 힘을 얻는 동력을 구한다. 개의 무리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부르는 사람 가족들이다.
개는 주인이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보고 있고, 위급할 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보다 더 크고 무서운 존재여도 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낸다. 그런 습성을 가진 개에게 자기보다 체구가 작은 길고양이는 하찮은 사냥감 정도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의 곁에 주인이 없었다면 애당초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고양이는 체구가 작다고 해도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도 그런 사실을 잘 안다.
얼마 후 더 황당한 사건도 목격하였다. 아파트 안에서 산책을 하다가 말티즈가 자기보다 더 큰 고양이를 쫓아가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하던 개는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말티즈는 손쉽게 고양이의 뒤를 추격할 수 있었다.
말티즈는 소형견이다. 경비견이나 사냥견의 용도로 개량된 개도 결코 아니다. 말티즈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오로지 귀여움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한 개다.
육안으로 보기에 말티즈는 길고양이의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다. 만약 길고양이가 도망치지 않고 말티즈에게 제대로 덤벼들면 말티즈는 1분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말티즈는 자신의 뒤를 봐주는 주인이 있다는 것을 과신한 것 같았다. 말티즈가 다칠 것 같아 보였던 주인은 죽을힘을 다해 달리면서 개 이름을 불러댔다. 이번에도 개를 피하기 위한 고양이의 피난처는 높은 나무 위였다.
주인 덕분에 자신의 능력치보다 용감해졌던 말티즈는 나무 위에 달아난 고양이를 짖어댔다. 하지만 뒤를 따라온 주인에게 붙잡히고 머리까지 한 대 쥐어 박히고 말았다.
“개는 나이가 들어도 영원히 아이”라는 말이 있다. 개는 평생을 주인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삶은 다르다. 어미의 짧은 보살핌이 끝나면 이들은 험난한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호랑이나 표범 같은 천적은 대한민국에 없지만 세상에는 자신을 노리는 존재가 많다. 특히 주인이 있는 개들이 고양이에게는 무서운 존재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직장인 1000만명 이달 월급 확 준다…건보료 ‘20만원 폭탄’
- 1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축소’ 논란…국토부 “면적 기준 폐지 등 전면 재검토”
- “만원으로 밥 먹기 어렵다”…평균 점심값 1만원 첫 돌파
- 고금리-경기침체에… 개인회생 두달새 2만2167건 역대 최다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작년 서울 주택 인허가, 목표치 33% 그쳐… 2, 3년뒤 공급난 우려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작년 4대그룹 영업이익 24.5조, 66% 감소…현대차그룹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