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를 터키라고 부르는 이유
노트펫
입력 2019-01-17 11:09 수정 2019-01-17 11:10
[노트펫] 과수원이나 농장에 가면 간혹 집을 지키는 거위(Goose)를 볼 수 있다. 개도 아닌 새가 어떻게 집을 지키겠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위는 영리하고, 경계심도 많고, 용맹한 동물이라서 충분히 집을 지킬 수 있다.
이십여 년 전, 경기도의 한 농장에 갔다가 마치 경비견처럼 농장을 지키던 거위를 만난 적이 있다. 인적이 없던 곳에서 만난 거위는 성인 남성이 대적하기에도 쉽지 않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지금도 그때 거위에게 당한 생각을 하면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다.
북미 대륙의 대표적인 조류인 칠면조도 거위처럼 용맹한 새다. 칠면조는 자기 영역에 침범한 낯선 동물들을 곱게 놔두지 않는다. 맹수인 늑대라도 용서치 않고 달려든다고 한다. 따라서 대책 없이 야생 칠면조를 건드리면 안 된다. 자칫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추수감사절 만찬의 상징이 된 가축화된 비만 칠면조들과는 달리 야생 칠면조는 날씬하고, 매우 빠른 새다. 그리고 비행 실력도 수준급이다. 야생 칠면조들은 비행 속도도 빠르지만, 상당한 거리를 쉬지 않고 날 정도로 지구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유명한 정치가이면서 만능 재주꾼이었던 벤자민 플랭크린은 칠면조를 신생 독립국 미국의 국조(國鳥)로 추천하기도 했다. 그의 눈에는 흰머리수리(Bald Eagle)보다 칠면조가 더 미국적인 새로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칠면조의 영어 이름은 미국이나 북미를 상징하는 구석이 전혀 없다. 야생 칠면조와는 무관한 나라인 터키(Turkey)가 이 새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점을 재작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평소 친분이 있는 미국 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칠면조의 이름이 터키가 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면서 설명해주었다.
첫째, 북미에 진출한 유럽인들이 칠면조를 호로새(Guinea Fowl)로 오인해서 터키라고 불렀다는 설(說)이다. 15세기 이후 지중해상권은 터키가 장악하여 다른 지역의 물류를 유럽에 수출하는 역할은 터키 상인들이 독점하였다.
당시 터키 상인들은 아프리카의 호로새도 유럽에 수출했는데,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칠면조를 본 유럽인들이 이를 호로새로 오인하고 ‘터키의 닭’, ‘터키의 가금’으로 부르다가 간략히 줄여 터키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에서 수출된 칠면조가 유럽으로 바로 가지 않고 터키를 경유해 유럽으로 수출되었다는 설이다. 그래서 칠면조를 ‘터키의 닭’이라는 의미의 터키라고 불렀다는 주장이다.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동시에 일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칠면조가 터키라고 불리게 된 과정에는 터키 상인들의 역할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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