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육칠면삼’… 물냉면 맛은 육수가 좌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입력 2017-07-27 03:00 수정 2017-07-27 03:00
고춧가루가 특징인 을지면옥의 물냉면.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양주동 박사의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제목은 ‘면학(勉學)의 서(書)’. 독일 작가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과 함께 양주동 박사 글의 표현들이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만큼 문장력이 뛰어나서였겠지요. 양주동 박사는 자신을 국보라 스스로 칭하실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분이셨는데, 특히 향가(鄕歌)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면학의 서’에는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일상에서 적절히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박이부정(博而不精)’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고칠현삼(古七現三)’ 등이 있는데 그중 고칠현삼을 응용해 보겠습니다. 고칠현삼은 고전 일곱 권, 현대문학 세 권 정도 비율로 읽으면 좋다는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평양 물냉면을 논할 때 육수(국물) 7, 면 3으로 배분해 평가합니다. 결국 ‘육칠면삼(肉七麵三)’인 것이지요. 그만큼 물냉면의 핵심은 육수에 있습니다. 면은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다 어슷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소, 돼지, 꿩 또는 닭을 삶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육수를 만들었다고들 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치미는 겨울 음식인지라 아예 마당에 동치미 항아리를 묻어두고 매일 꺼내 쓴다면 모를까 요즘 같은 염천 더위에는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식당에 따라서 양지머리 부위만 쓰거나 돼지고기와 사골 등을 같이 넣어 우려내기도 합니다. 또는 대전 숯골원냉면처럼 닭고기로 육수를 내기도 하지만 동치미를 옛날처럼 제대로 섞어 내는 곳은 드뭅니다. 동치미 구하기가 어려우니 아예 식초를 뿌려서 동치미의 시큼함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과음한 다음 날 많은 사람이 해장 음식으로 냉면육수를 꼽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맑은 고기국물을 차갑게 낸 것이라 영양가와 칼로리는 물론이고 혼돈스러운 머리를 한 방에 정리하는 시원함 때문입니다. 흔히 냉면은 겨울 음식이라 하지만 요즘 동치미 국물이 없는 냉면을 만들다보니 이제는 여름이 냉면 계절이 되었습니다. 냉면집 주인들은 새벽부터 고기국물을 우려내 그날 사용할 육수를 만들어 둡니다. 이 작업에 워낙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바쁜 낮에는 육수를 추가로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냉면집은 육수가 떨어지면 바로 영업을 끝내기도 하고, 오후에는 손님 수를 봐가며 육수의 양을 어느 정도 조절하기도 하겠지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을지면옥 서울 중구 충무로14길 2-1. 02-2266-7052. 물냉면 1만 원·수육 2만3000원·편육 1만8000원
○ 남포면옥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02-777-3131. 물냉면 1만1000원·어복쟁반(중) 7만 원·수육 3만 원
○ 대전숯골원냉면 대전 유성구 신성로84번길 18. 042-861-3287. 물냉면 8000원·평양꿩냉면 1만3000원·닭백숙 3만5000원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직장인 1000만명 이달 월급 확 준다…건보료 ‘20만원 폭탄’
- 1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축소’ 논란…국토부 “면적 기준 폐지 등 전면 재검토”
- “만원으로 밥 먹기 어렵다”…평균 점심값 1만원 첫 돌파
- 고금리-경기침체에… 개인회생 두달새 2만2167건 역대 최다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작년 서울 주택 인허가, 목표치 33% 그쳐… 2, 3년뒤 공급난 우려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작년 4대그룹 영업이익 24.5조, 66% 감소…현대차그룹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