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압박에 꼬리 내린 치킨값

박은서기자 , 이건혁기자

입력 2017-06-17 03:00 수정 2017-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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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현장조사 착수 하루만에… BBQ-교촌치킨 가격 원상 복귀
BHC 등 2곳은 한달간 ‘한시 인하’
일각 “정부 시장개입 지나쳐” 우려



치킨업계의 가격 인상을 촉발했던 제너시스BBQ가 제품 가격을 원상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여론의 질타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첫 조사 대상이 되는 상황 등에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교촌치킨도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16일 BBQ는 최근 2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올렸던 치킨 가격을 모두 원래대로 낮춘다고 밝혔다. BBQ는 이날 “가맹점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자구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매출 기준으로 업계 3위인 BBQ는 가맹점 수는 1400여 곳으로 가장 많다.

BBQ는 지난달과 이달 초 치킨 가격을 최대 2000원 인상했다.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치킨’이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랐다. 명분은 가맹점 인건비와 임차료 인상이었다. 하지만 메뉴에 따라 2만 원이 넘는 치킨 가격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BBQ의 이날 ‘가격 원상 복구’ 결정은 공정위가 BBQ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공정위는 BBQ의 가맹본부가 대리점과 계약했던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15일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가 대리점에 이윤을 충분히 보장했는지와 부당한 부담을 주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가격 인상 결정 과정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과태료 또는 형사 고발 등의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조사는 가격 원상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될 예정이다.

BBQ는 가격 인상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낳았다. 가격 인상분이 모두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마리당 500원꼴로 광고비 분담금을 걷겠다고 전국 가맹점에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BBQ 측은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마케팅위원회의 결정이며 본사가 가져가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가맹점주의 반발은 계속됐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날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한시적 가격 인하 조치를 내놨다.

매출 기준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이날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교촌치킨은 당초 인건비, 임차료 등 가맹점 운용 비용 상승을 이유로 이달 말 가격을 6∼7% 올릴 계획이었다. 교촌치킨은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가맹점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7∼12월) 계획된 광고비 30%를 줄이는 등 자구책부터 실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출 기준 업계 2위인 BHC도 이날부터 한 달간 대표 메뉴에 대해 1000∼1500원 할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인 또봉이통닭도 한 달간 가격을 최대 10% 인하한다고 밝혔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공정위 조사와 관련 없는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 가격까지 결정하며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명시한 업체일수록 공정위의 눈치를 심하게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서 clue@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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