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0.4%↑ ‘역대 최저’…정부 “내년 1% 전망”(종합2보)

뉴시스

입력 2019-12-31 10:19 수정 2019-12-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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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관련 통계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최저
농축수산물 하락, 정부 복지 정책 등 하락 요인
근원물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최저
12월엔 0.7% 올라…역대 최장기간 0%대 머물러



사상 처음으로 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올 한 해 연간으로도 역대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이 나왔다.

다만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며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현상) 우려에 대해 통계 당국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물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역시 내년에는 1%대 물가 상승률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5(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4%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반기 상승률은 0.6%, 하반기는 0.2%를 각각 기록했다.

2주 전 발표된 정부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다만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0%)보다는 1.6%포인트(p) 낮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위축됐던 지난 2015년 0.7% 오른 후 4년 만에 0%대로 내려앉았다. 역대 최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4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적은 2015년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0.8%)뿐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 측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무상 교육, 건강 보험 보장성 확대 등 정부 정책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물가 상승률에 미친 기여도를 보면 상품 중에서 농축수산물(-0.13%p)이 가장 컸다. 무(-25.1%), 감자(-24.1%), 딸기(-19.4%), 파(-17.0%), 오렌지(-15.7%), 양파(-15.0%), 호박(-14.8%), 마늘(-14.1%), 파프리카(-12.5%), 배추(-11.8%) 등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전체 농축수산물의 전년 대비 하락 폭은 ?1.7%로, 과거 10년(2009~2018년)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상 여건이 전년보다 양호했던 데다 가축 사육두수가 늘면서 공급이 증가한 영향이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도 -0.05%p의 기여도로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7.8%)와 휘발유(-7.1%), 경유(-3.9%) 등이 모두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데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이 겹치면서 가격을 끌어내렸다. 복지 정책이 반영되면서 남자학생복(-37.5%), 여자학생복(-35.4%) 가격도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

반면 전기·수도·가스는 1.5% 올랐다. 도시가스 도매가가 인상되면서 도시가스 가격이 3.5% 올랐다.

서비스 중에서는 공공서비스(-0.07%p)와 집세(-0.01%p)의 기여도가 컸다. 올 한 해 월세가 0.4% 하락하면서 2년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유지했다. 전셋값은 0.2% 올랐지만, 상승 폭은 2005년(0.1%) 이후 가장 낮다. 전·월세 모두 공급 물량이 증가한 영향이다. 공공서비스 중에선 고등학교 납입금(-13.5%), 보육시설 이용료(-3.9%), 사립대학교 납입금(-0.5%) 등과 함께 통신 요금 인하에 따라 휴대전화료(-3.3%)가 하락했다.

개인서비스는 올 한 해 1.9% 올랐다. 2015년과 같지만, 올해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1999년(0.8%) -1.0%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학교급식비(-41.2%), 생선회(-0.8%)를 제외하면 죽(7.0%), 김밥(5.5%), 치킨(5.2%), 짬뽕(4.0%), 라면(3.9%) 등에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0.2% 올랐다. 역시 2015년(-0.2%) 이후 가장 낮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5.1% 하락했다. 2014년(-9.3%)과 2008년(-5.8%)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계절적·일시적 요인에 의한 충격을 제거하고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는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0.9% 상승했다. 1999년(0.3%) 이후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0.7% 올랐다. 역시 1999년(-0.2%) 이후 가장 낮다.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0%를 밑돌면서 제기됐던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이 과장은 “일부 공산품에서의 출고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내년 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단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으로선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12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 폭은 0.7%를 나타냈다. 지난 6월(0.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한 해 내내 0%대에 머물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처럼 오랜 기간 1%에 못 미친 적은 유례가 없다. 지난 8월에는 -0.038%, 9월에는 -0.0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이 반등한 것에 대해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잦았던 태풍과 가을장마 등으로 배추 등 일부 품목의 작황이 악화되면서 하락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석유류 가격 역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정책의 기저효과로 상승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460개 품목 중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월 34.3%에서 10월 31.7%, 11월 31.7%, 12월 29.3%까지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은 1.0%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락 폭이 컸던 농축수산물과 관련해선 “채소가격 안정제와 지방자치단체의 수급 조절 기능을 확대·강화하고 관측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기상 여건 등에 따라 급변하는 농산물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물가의 구조적 안정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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