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가 신산업 몰아내나…타다 운명은?

뉴시스

입력 2019-10-30 15:06 수정 2019-10-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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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를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기소한 가운데 경직된 낡은 규제가 국내 혁신모빌리티산업을 고사위기에 내몰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타다는 쏘카의 자회사 브이씨앤씨(VCNC)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모빌리티서비스다. 타다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사업계획을 작성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차는 그 차를 유상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령 18조1항에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 임차’를 예외조항으로 뒀고, 쏘카는 이 틈새에 근거해 새 시장을 개척, 1년만에 차량 1400대, 이용자 1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검찰은 타다를 렌터카가 아닌 유사택시로 판단, 타다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이용자 모두가 타다를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차량을 렌트해 운전자를 알선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타다 운행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타다는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임하고 사운을 건 법리다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처음에 타다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기반해 법령에 쓰여있는 그대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었다”며 “그 과정에서 세종시에 내려가 국토부 관계자들도 만났고,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 검토도 받았다”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9년전 VCNC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더 나은 가치를 담은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간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그런데 어제 검찰의 판단은 저 같은 창업자에게 참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점점 뒤쳐지고 있는데, 이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혁신 경쟁력과 속도가 더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태까지 많은 개발자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온 AI기술력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타다의 운명은 법원이 타다가 설립근거로 내세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를 어떻게 해석할 지에 달렸다. 법원이 타다 차량의 성격을 ‘렌터카’로 볼 지 ‘콜택시’ 볼 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타다를 고발한 서울개인택시조합 간부들은 “해당 조항은 소규모 단체 관광을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관광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예외규정을 타다가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타다가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이용해 규제를 빠져나갔고,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업으로 면허 규정과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2014년 국내에 진출해 카풀서비스를 하다가 재판에 넘겨진 후 국내사업을 철수한 우버와 달리 타다는 법률상 근거를 가지고 있어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이라며 “다만 해당 예외규정이 외국인·장애인 등 소수 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것인 만큼 유죄로 판단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통사업자들의 반발과 해묵은 규제로 신사업들이 고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터져나온다.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징,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등 글로벌 승차공유업체들이 몸집을 거대하게 키워가는 가운데 한국에서만 모빌리티서비스업체들이 규제의 벽에 막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100개 스타트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정부, 국회, 검찰 모두 한 방향으로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택시만을 위한 법이 아닌 혁신이 가능한 새로운 법을 제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규제를 혁신하는 ‘과정’의 합리성과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신산업에 대한 ‘우선 허용, 사후 규제’라는 네거티브 원칙이 빠르게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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