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기 둔화에도 ‘소주성’ 매달려… 경제정책 방향 바꿔야”
세종=주애진 기자 , 김자현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10-25 03:00 수정 2019-10-25 04:33
[3분기 0.4% 성장 쇼크]전문가 10人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을 역행하는 경제정책 실험이 부진한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는 본보가 3분기 성장 쇼크의 원인과 대안을 듣기 위해 전·현직 국책연구기관 관계자(2명), 민간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3명), 재계단체 관계자(1명), 경제학 교수(2명), 전직 경제부처 장관(2명) 등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다.
○ 경기 오판해 정책 실험하다 실패
정부가 재정 확대에만 매달리며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이 위축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론에 얽매여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들로 투자 의욕을 더 꺾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건설 투자, 기업 투자를 억누르고 있다”며 “재정이 이미 80% 가까이 집행된 상태라 재정을 투입할 여력도 부족한데 정부는 정책 방향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경기 오판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글로벌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작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예측 오차에 따른 정책 오류”라고 했다. 2017년 본격화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국면에서 국내 정책까지 공급 부문을 옥죄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정책 실패의 징후가 작년부터 나타났는데도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렸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경기 대책으로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려는 점도 문제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한국 경제에 대해 재정을 풀되 규제 개혁을 같이 하라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언은 재정보다 규제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개혁 없이 재정만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 “바깥만 보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금방 좋아지기 어려운 만큼 재정을 늘리되 경제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으로 부진한 투자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요인은 어차피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다”며 “그 대신 주 52시간제 보완책이나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 민간 투자의 활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3기 신도시 조성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상황이 나쁠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선제적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단기적 성장률 방어에 매달리는 대신에 장기적 시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 성장률 등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자현 / 세종=송충현 기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을 역행하는 경제정책 실험이 부진한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는 본보가 3분기 성장 쇼크의 원인과 대안을 듣기 위해 전·현직 국책연구기관 관계자(2명), 민간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3명), 재계단체 관계자(1명), 경제학 교수(2명), 전직 경제부처 장관(2명) 등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다.
○ 경기 오판해 정책 실험하다 실패
정부가 재정 확대에만 매달리며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이 위축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론에 얽매여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들로 투자 의욕을 더 꺾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건설 투자, 기업 투자를 억누르고 있다”며 “재정이 이미 80% 가까이 집행된 상태라 재정을 투입할 여력도 부족한데 정부는 정책 방향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경기 오판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글로벌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작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예측 오차에 따른 정책 오류”라고 했다. 2017년 본격화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국면에서 국내 정책까지 공급 부문을 옥죄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정책 실패의 징후가 작년부터 나타났는데도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렸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경기 대책으로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려는 점도 문제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한국 경제에 대해 재정을 풀되 규제 개혁을 같이 하라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언은 재정보다 규제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개혁 없이 재정만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 “바깥만 보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금방 좋아지기 어려운 만큼 재정을 늘리되 경제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으로 부진한 투자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요인은 어차피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다”며 “그 대신 주 52시간제 보완책이나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 민간 투자의 활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3기 신도시 조성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상황이 나쁠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선제적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단기적 성장률 방어에 매달리는 대신에 장기적 시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 성장률 등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자현 / 세종=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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