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전기차 배터리 시장 치킨게임…中·日만 웃는다
뉴시스
입력 2019-09-02 09:13 수정 2019-09-02 09:14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LG화학이 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밝히는 등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사 간 소송전이 길어질 경우 일본과 중국 경쟁사들만 이득을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하량 기준으로 LG화학은 4위, SK이노베이션은 8위에 랭크됐다.
LG화학은 1분기 3.5GWh, 2분기 4.9GWh로 상반기 8.4GWh의 전지를 출하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GM의 볼트EV, 영국 재규어의 I-PACE에 전기차용 전지를 납품한다. 글로벌 출하 비중은 12.8%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1.6GWh를 출하했다. 점유율은 2.4%로 아직 한 자릿수지만 올 들어 10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50%를 차지할 만큼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50%씩 성장해 현재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2025년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 간 소송전은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패권경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업계에서 우위를 지키려는 LG화학과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장외에서도 맞붙게 된 것이다. 특히 두 회사의 주력제품은 모두 파우치형 배터리로 고객사가 겹친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사실상 한·중·일 3국의 5개 업체의 경쟁 체제가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안팎에서는 소수 선두 주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과점화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앞 다퉈 증설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이와 관련 기존 배터리 업체가 50GWh 이상의 생산 규모를 갖추면 후발 주자들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진입 장벽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신생 기업이 배터리 시장에 진입해 제대로 자리 잡는데 대략 10년가량이 소요됨을 감안했을 때, 향후 배터리 시장의 과점화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며 “상위 5개 업체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80%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두 회사의 갈등이 격화되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 중 한쪽이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양사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소송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식재산권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할 수 있어 최악의 경우 소송에서 진다면 미국 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LG화학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어느 한쪽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치킨 런 게임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나마 두 회사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고무적이나 감정싸움이 겹치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와 LG의 싸움으로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건설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 두 회사 모두 한걸음 물러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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