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으르렁’대던 두 숙적, 가면 벗고는 서로 “존경해 ”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1-21 03:00 수정 2019-0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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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 킹’ 스카 역 앤터니 로런스-무파사 역 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

《“관객들은 무대 밖에서도 ‘무파사’를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지만, ‘스카’는 거의 못 알아봐요. 늘 짙은 분장을 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본심을 숨겨야 하는 악역의 숙명이겠죠.”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악역 스카를 맡은 앤터니 로런스(30·영국)는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반면 무파사 역할의 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29·남아프리카공화국)는 “길에서 ‘무파사다!’라고 소리치며 저를 알아보는 한국 관객들을 만나면 즐겁다”며 “더 많은 관객이 무파사의 메시지에 공감하도록 열정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8일 만난 두 배우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무파사 역의 음토코지시 엠카이 카니일레(왼쪽)와 스카 역의 앤터니 로런스가 극 중 서로에게 발톱을 세우며 울부짖는 장면을 연기했다. 둘은 서로의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며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단짝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대구에 상륙해 흥행 열풍을 일으킨 라이온킹은 서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사바나 초원. 왕자로 태어난 사자 ‘심바’가 아버지인 무파사를 죽인 삼촌 스카를 물리치고 왕위를 되찾는 이야기로,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9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아 공연 수익만 81억 달러(약 9조922억 원)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라이온킹 신드롬이 이어져 다음 달 공연까지 일찌감치 티켓 대부분이 판매됐다.

무파사와 스카는 각각 선과 악을 상징하는 핵심 배역. 두 배우의 대결 구도는 극 초반부터 관객의 몰입을 한껏 끌어올린다. 무대에서 ‘으르렁’대는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는 서로를 칭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오프닝넘버인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에서 스카가 무대에 오르지 않는데도 로런스는 늘 무대 옆에 서서 지켜봐요. 그 모습에서 프로 정신을 배웁니다.”(카니일레)

“카니일레와 대기실을 함께 쓰는데, 힘든 투어 일정에도 늘 무대에서 열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줘 존경스러워요.”(로런스)

‘라이온 킹’에서 무파사가 사바나의 초원으로 변신한 앙상블 배우들 사이로 등장하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둘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오디션에서 무파사와 스카로 호흡을 맞춰본 후 각별한 사이가 됐다. 두 배우가 가장 공을 들이는 건 마스크 연기다. 극 중 무파사와 스카의 마스크가 시선을 마주하며 울부짖는 장면은 특히 유명하다. 연기를 하며 마스크가 얼굴 앞으로 내려오거나 머리 위로 올라가도록 리모컨으로 계속 조종한다. 로런스는 “스카의 마스크는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감정을 숨기는 연기 도구”라며 “1막에서 어린 심바는 스카의 마스크 속 눈을 바라보지만, 2막에서 어른이 된 심바는 제 눈을 직접 바라보며 스카의 본심을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카니일레는 “6개월 동안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마스크 속 눈을 바라보는 훈련을 하며 동물적 시선과 움직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두 배우는 겨울철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로런스는 “춥고 건조한 날이 계속돼 가장 중요한 수분 보충을 하기 위해 물통을 달고 산다”며 “운동선수처럼 나만의 원칙을 정해 몸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공연마다 확연하게 달라지는 객석의 반응을 한국 공연의 매력으로 꼽았다.

“관객이 함께 쇼를 즐기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에 모두 일어서서 열광적으로 박수를 칠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예요.”(카니일레)

“오프닝부터 끊임없이 함성을 질러주는 관객들을 보면 마치 록 콘서트장에 있는 것 같아요. 흥이 절로 난다니까요.”(로런스)

3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7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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