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본사 삼킨 한국지사들… 몸집 키우며 ‘꽃피는 봄날’

박은서 기자

입력 2018-03-27 03:00 수정 2018-03-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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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한국지사들의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한 휠라코리아는 2016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이태원로에 메가스토어 문을 열었다(왼쪽 사진). 한국짐보리짐월드가 인수한 맥포머스는 현재 65개국에 수출되는 영유아 학습교구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각 업체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큰 감동을 선사한 한국 여자 컬링팀. 이들이 스톤을 던질 때마다 중계 화면엔 유니폼 무릎에 새겨진 ‘F’ 모양의 휠라 로고가 선명했다. 휠라가 컬링 국가대표 유니폼을 후원했기 때문이다. 휠라 로고는 잘 알려져 있지만 휠라가 한국 기업이란 사실은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다.

휠라는 2007년 3월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해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한국 기업이다. 휠라코리아는 휠라글로벌지주사인 ‘GLBH홀딩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휠라 외에도 의류, 유아용 제품, 식음료 기업 중에서 글로벌 본사를 삼킨 한국 지사가 많다. 이들은 본사 인수 이후에 안정적인 글로벌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휠라코리아의 연결기준 매출은 2조5303억 원으로 전년보다 16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118억 원)보다 18배 넘게 증가한 2175억 원을 기록했다. 2007년 본사 인수 당시 매출 규모 3934억 원이던 회사가 10년 만에 6배 넘은 외형 성장을 이룬 셈이다.


휠라의 실적이 급격하게 오른 이유는 인수합병(M&A) 영향이 크다. 휠라는 2011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골프용품 기업 ‘아쿠쉬네트’ 지분을 인수했다. 2016년 당시 아쿠쉬네트 지분을 53.1%까지 끌어올리며 자회사로 편입시킨 덕에 연결기준 매출에 반영됐다. 의류에서 스포츠용품까지 휠라의 사업 영역은 넓어졌다.

한때 적자였던 휠라코리아의 국내 사업 또한 흑자로 돌아섰다. 2016년 31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던 휠라의 국내 사업은 지난해 14억 원의 흑자를 냈다.

이런 체질 개선에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아들 윤근창 사장이 주도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휠라는 2016년 테니스화를 모티브로 내놓은 ‘코트디럭스’ 신발을 100만 켤레 이상 팔았다. 6만9000원이란 합리적 가격에 선보이면서 10, 20대의 폭발적인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백화점 중심으로 이뤄진 소매 방식의 유통을 ABC마트, 슈마커 등 도매 방식으로 전환해 수수료를 절감하기도 했다.


영·유아 놀이 프로그램 ‘짐보리’를 도입한 한국짐보리짐월드는 미국 ‘맥포머스’ 본사를 인수한 한국 기업이다. 맥포머스는 자석을 이용해 모형을 만드는 유아용 교구로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 2008년 한국 판권을 들여온 박기영 한국짐보리짐월드 대표가 2년 후 아예 글로벌 판권을 인수하며 본사 역할을 맡게 됐다.

맥포머스는 한국짐월드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효자 브랜드다. 인수 전인 2009년 162억 원이던 한국짐월드 매출은 2016년 822억 원으로 지속 성장했다. 해외에서 거두는 매출이 전체의 70%에 이른다. 맥포머스 수출 국가는 2011년 2개국에서 현재 65개국으로 늘었다.

맥포머스의 성장에는 TV홈쇼핑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시연 판매 전략’이 뒷받침됐다. 자석의 원료인 희토류 가격이 폭등하는 일도 발생했으나 연구개발(R&D)을 통해 교육용 교구로서 체계화된 제품을 내놓아 매출을 끌어올려 원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다. 맥포머스를 통한 성장에 힘입어 박 대표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밀크티 브랜드 공차도 대만 본사 인수를 통해 한국 기업이 됐다. 한국법인인 공차코리아를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이 공차 본사인 로열티타이완(RTT) 지분 70%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공차의 글로벌 매출액은 전년보다 17% 성장한 807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서 1352개 점포를 보유한 공차는 베트남, 일본, 호주 등에서 빠르게 점포를 늘리고 있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올해엔 유럽에도 첫 매장을 낼 계획이다. 올해 20% 이상의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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