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치열했던 2017년, 기적처럼 떠나보내며

동아일보

입력 2017-12-30 00:00 수정 2017-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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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끝자락에 섰다. 연말이면 습관처럼 들먹이는 ‘다사다난(多事多難)’과는 그야말로 ‘체급’이 다른 격동의 1년이었다. 나라 안팎에서 우려의 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헌정 중단의 위기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을 의연하고 슬기롭게 극복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 엄혹했던 시간, 혼돈의 어둠을 걷어내고 세밑을 맞이하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2017년 신년 사설은 우리나라와 국민의 저력에 대해 이렇게 썼다. ‘국민은 한 줌의 정치인보다 위대했다. 탄핵의 헌법궤도를 비켜 가려던 정치권을 돌려세운 것도 촛불이었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섰음에도 연행자 한 명 없고, 유리창 한 장 깨뜨리지 않은 주인의식으로 무장한 한 사람, 한 사람은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이다.’

이념을 뛰어넘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 시민정신에 대한 자부심, 가까스로 헌정사의 불행을 넘어섰다는 안도감은, 하지만 잠시였다. 막바지 완성에 접어든 북핵·미사일 위기가 들이닥친 것이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인 ABC는 올해의 10대 국제뉴스로 북핵 위협과 한반도 긴장 고조를 첫손에 꼽았다. 나라 안에선 과거를 들추는 적폐청산에 국정 운영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것도 사실이다.

올해는 6월 민주항쟁 30년, 외환위기 20년을 맞은 해였다. 그 역사를 통해 우리가 힘들게 터득한 교훈과 뼈아픈 경험은 허투루 낭비되지 않은 것 같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갑작스럽게 앞당겨진 대선 등 자칫 불확실성의 늪에 추락할 뻔한 고비 고비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균형 감각은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그렇다고 이젠 새 세상이 오는 것처럼 마음을 놓아서도 안 될 일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노동개혁, 공공개혁의 미완(未完)이 해를 넘기면서까지 한국 경제와 정부의 뒷목을 틀어쥐고 있다. 9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른바 진보 정치권은 국익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아직도 두 다리로 서지 못한 보수 정치권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성찰도 요구된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로부터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는다고 했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상생을 꿈꾸는 행복공동체,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여정에서 올 한 해 우리가 헤쳐 온 시련과 고통은 분명 든든한 주춧돌이 될 터다. 그 어느 해보다 뜨겁고 치열했던 1년. 그 안에서 때로 가슴 졸이며, 때로는 가슴 벅차게 소리치고 포옹했던 국민과 더불어 정유(丁酉)년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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