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사 1명 동의하면 강제입원… 獨, 법원이 최종 심사
조건희기자
입력 2017-04-05 03:00 수정 2017-04-05 03:00
[조현병 오해와 진실]독일 후견법원 로어 총책임판사
“정신질환만으로 범죄 안저질러… 다른 위기 안겪게 사회가 보살펴야”
“정신질환이 ‘악(범죄)의 연결고리’가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아네테 로어 독일 후견법원 총책임판사(55·여)는 1일 서울 중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논란에 대해 “중요한 것은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한 주변의 노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어 판사는 강제입원을 최종 심사하는 독일 후견법원에서 1997년부터 20년간 근무하며 정신질환자 수천 명을 평가해왔고 최근 ‘한독 성년후견 전문가 대회’ 참석차 한국에 왔다.
독일은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을 1949년부터 판사가 결정해왔다. 1992년부터는 이를 한국의 가정법원에 해당하는 후견법원이 맡고 있다. 보호자 2명이 신청해 전문의 1명만 동의하면 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한국과 달리 환자의 반론권을 엄격히 보장하고 자해·타해 위험을 깐깐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입원 절차가 까다롭다. 강제입원은 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내리는 최후 조치에 해당한다. 로어 판사는 환자 1명의 입원 심사를 2년 넘게 진행한 경험도 있다.
지나치게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 위험한 환자가 병원 밖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없는지 궁금했다. 로어 판사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자해·타해 위험 탓에 긴급히 입원시켜야 할 때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수 있고, 강제입원을 거부당해도 입원에 상응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보건 당국 소속 사회복지사와 전문의, 후견인 등 5명 이상이 환자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오직 정신질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는 없고, 사회적 고립 등 다른 위기를 겪지 않도록 보살피는 게 사회의 책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로어 판사는 5월 30일부터 강화되는 국내 정신질환 강제입원 절차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만약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퇴원하면 돌볼 치료 인프라는 충분한지, 일자리는 있는지 등이다. 동석한 폴커 리프 독일 괴팅겐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도 1970년대에 입원 환자의 95%가 한꺼번에 퇴원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가 협력해 재활 시스템을 준비한 덕분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활보다 입원에 드는 비용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독일에선 강제치료 조건이 오히려 점차 까다로워지는 추세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강제입원이 허가된 환자에겐 투약·상담 등도 강제로 실시할 수 있었지만 강제치료 적합성은 또 다른 판사가 재차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최근 신설된 것. 로어 판사는 “많은 사회 구성원이 ‘나도 언젠가는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다’며 지지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신질환만으로 범죄 안저질러… 다른 위기 안겪게 사회가 보살펴야”
“정신질환이 ‘악(범죄)의 연결고리’가 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아네테 로어 독일 후견법원 총책임판사(55·여)는 1일 서울 중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논란에 대해 “중요한 것은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한 주변의 노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어 판사는 강제입원을 최종 심사하는 독일 후견법원에서 1997년부터 20년간 근무하며 정신질환자 수천 명을 평가해왔고 최근 ‘한독 성년후견 전문가 대회’ 참석차 한국에 왔다.
독일은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을 1949년부터 판사가 결정해왔다. 1992년부터는 이를 한국의 가정법원에 해당하는 후견법원이 맡고 있다. 보호자 2명이 신청해 전문의 1명만 동의하면 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한국과 달리 환자의 반론권을 엄격히 보장하고 자해·타해 위험을 깐깐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입원 절차가 까다롭다. 강제입원은 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에게 내리는 최후 조치에 해당한다. 로어 판사는 환자 1명의 입원 심사를 2년 넘게 진행한 경험도 있다.
지나치게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 위험한 환자가 병원 밖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없는지 궁금했다. 로어 판사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자해·타해 위험 탓에 긴급히 입원시켜야 할 때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수 있고, 강제입원을 거부당해도 입원에 상응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보건 당국 소속 사회복지사와 전문의, 후견인 등 5명 이상이 환자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오직 정신질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는 없고, 사회적 고립 등 다른 위기를 겪지 않도록 보살피는 게 사회의 책임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로어 판사는 5월 30일부터 강화되는 국내 정신질환 강제입원 절차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만약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퇴원하면 돌볼 치료 인프라는 충분한지, 일자리는 있는지 등이다. 동석한 폴커 리프 독일 괴팅겐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도 1970년대에 입원 환자의 95%가 한꺼번에 퇴원했지만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가 협력해 재활 시스템을 준비한 덕분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활보다 입원에 드는 비용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독일에선 강제치료 조건이 오히려 점차 까다로워지는 추세라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강제입원이 허가된 환자에겐 투약·상담 등도 강제로 실시할 수 있었지만 강제치료 적합성은 또 다른 판사가 재차 심사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최근 신설된 것. 로어 판사는 “많은 사회 구성원이 ‘나도 언젠가는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다’며 지지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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