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이끌 스마트 양식업… ICT강국 한국에 ‘기회의 바다’
특별취재팀
입력 2016-10-04 03:00 수정 2016-10-04 03:00
[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1>첨단-자동화로 고부가 창출
노르웨이 베르겐 시 인근 솔스비크 항구에서 배를 타고 20분가량 나간 앞바다. 찌푸린 날씨로 파도가 일렁이는 북해 위에 지름 40∼50m의 거대한 검은색 훌라후프들이 떠 있었다. 몇몇 훌라후프 위에서는 방수복과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테두리를 붙잡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작업하고 있었다.
원유, 천연가스에 이어 이 나라의 3위 수출품인 연어가 수심 40여 m까지 펼쳐진 그물 안에서 힘차게 헤엄치며 성장하고 있다. 훌라후프 한 곳에서 기르는 연어는 4000여만 마리. 이 훌라후프들이 세계 최대의 양식 기업 마린 하베스트가 자랑하는 최첨단 ‘스마트 양식장’이다.
○ 첨단기술의 집약체, 해상 양식장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만난 마린 하베스트 관계자는 “훌라후프처럼 생긴 ‘피시 케이지’옆 바지선에서 대형 파이프로 사료가 자동으로 공급돼 사람이 할 일은 별로 없다”라고 자랑했다. 사료의 양은 통제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수중 카메라를 보며 조절한다. 컴퓨터가 수중 산소 농도, 수온 등에 따라 적절한 사료의 양을 계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연어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국에서 판매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어 판매로만 3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적 양식 기업들은 이렇게 생명공학, 환경공학,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첨단 양식업을 구현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가야 할 길이다. 현재 세계 수산물 생산량에서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가량.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30년경이면 양식의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바다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첨단 양식 기업과 비교할 때 아직 한국의 양식업은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양식장이 사료 공급 등을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하루 1, 2차례 양식장 수면에 뿌리는 식이다. 사료도 영양 성분이 조절된 배합사료가 아닌 얼린 까나리 같은 값싼 사료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료는 양식 환경을 악화시켜 폐사율을 높인다.
○ 한국 양식업체들 선진화에 박차
하지만 국내에서도 첨단 기술을 도입해 양식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과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2014년에 ‘완도 명품 광어 프로젝트’를 시작해 ‘무(無) 항생제 양식 시대’를 열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백신 공급이다. 백신은 활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노태헌 고려수산 대표는 “백신을 주사한 이후 폐사율이 크게 줄어 매출액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완도에서 이뤄지는 전복 양식은 철저한 수질 관리로 주목받고 있다. 수질을 잘못 관리하면 질병이 번져 전복이 집단 폐사할 수 있다. 완도의 전복 양식장은 먼바다를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끌어온 바닷물을 압력 여과기를 통해 양식장에 공급한다. 액화산소를 주입하고 냉각수도 공급해 적정 수온을 유지한다. 수온이 올라가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수조의 물을 하루에 1, 2회 교체한다. 이런 방식으로 콜레라, 비브리오패혈증에 감염될 위험을 없앴다.
세계 양식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드러난 문제들은 후발 주자인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식장의 물고기를 공격하는 기생충인 ‘바다 이’의 증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이뤄지는 양식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수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집중 연구하고 있는 순환 여과 양식과 바이오플록 기술(Bio-floc technology·BFT)이 대표적인 육상 양식 기술이다.
○ 대기업 등의 참여로 경쟁력 키워야
한국의 양식장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최근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수출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시장 확대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을 먹지 않던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김과 김으로 만든 스낵은 ‘웰빙 스낵’으로 소문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 수산물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나라다. 수출액은 연간 7억∼8억 달러(약 8800억 원). 한국산 전복과 김, 굴 등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미 믿고 먹는 외국산 수산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 제주산 양식 광어는 일본산 광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한국의 광어 양식 기술은 일본에서 전수받은 것이다. 민병화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일본은 1980년대에 한국에 양식 기술을 전수할 만큼 광어 양식 기술이 앞서 있었지만 영세한 양식장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개선하지 못해 지금은 한국에 뒤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양식업의 규모화가 꼭 필요하다고 수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길이 막혀 있다. 양식 면허를 얻기도 힘들고 면허가 있어도 어류, 해조류 등 주요 양식 품종은 생산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이런 규정의 완화를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초반 양식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환경 규제를 엄격히 해 기술과 자본을 갖춘 기업들의 진출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어민들은 계약 재배를 담당하거나 힘을 합쳐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기업화했다. 오운열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한국은 IT 선진국으로서 첨단 양식을 위한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며 “노르웨이처럼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들어와 양식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노르웨이 베르겐 시 인근 솔스비크 항구에서 배를 타고 20분가량 나간 앞바다. 찌푸린 날씨로 파도가 일렁이는 북해 위에 지름 40∼50m의 거대한 검은색 훌라후프들이 떠 있었다. 몇몇 훌라후프 위에서는 방수복과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테두리를 붙잡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작업하고 있었다.
원유, 천연가스에 이어 이 나라의 3위 수출품인 연어가 수심 40여 m까지 펼쳐진 그물 안에서 힘차게 헤엄치며 성장하고 있다. 훌라후프 한 곳에서 기르는 연어는 4000여만 마리. 이 훌라후프들이 세계 최대의 양식 기업 마린 하베스트가 자랑하는 최첨단 ‘스마트 양식장’이다.
○ 첨단기술의 집약체, 해상 양식장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만난 마린 하베스트 관계자는 “훌라후프처럼 생긴 ‘피시 케이지’옆 바지선에서 대형 파이프로 사료가 자동으로 공급돼 사람이 할 일은 별로 없다”라고 자랑했다. 사료의 양은 통제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수중 카메라를 보며 조절한다. 컴퓨터가 수중 산소 농도, 수온 등에 따라 적절한 사료의 양을 계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연어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국에서 판매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어 판매로만 3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적 양식 기업들은 이렇게 생명공학, 환경공학,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첨단 양식업을 구현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가야 할 길이다. 현재 세계 수산물 생산량에서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가량.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30년경이면 양식의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바다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첨단 양식 기업과 비교할 때 아직 한국의 양식업은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양식장이 사료 공급 등을 사람 손에 의존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하루 1, 2차례 양식장 수면에 뿌리는 식이다. 사료도 영양 성분이 조절된 배합사료가 아닌 얼린 까나리 같은 값싼 사료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료는 양식 환경을 악화시켜 폐사율을 높인다.
○ 한국 양식업체들 선진화에 박차
하지만 국내에서도 첨단 기술을 도입해 양식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과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은 2014년에 ‘완도 명품 광어 프로젝트’를 시작해 ‘무(無) 항생제 양식 시대’를 열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백신 공급이다. 백신은 활어를 키우는 과정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노태헌 고려수산 대표는 “백신을 주사한 이후 폐사율이 크게 줄어 매출액이 2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완도에서 이뤄지는 전복 양식은 철저한 수질 관리로 주목받고 있다. 수질을 잘못 관리하면 질병이 번져 전복이 집단 폐사할 수 있다. 완도의 전복 양식장은 먼바다를 연결한 파이프를 통해 끌어온 바닷물을 압력 여과기를 통해 양식장에 공급한다. 액화산소를 주입하고 냉각수도 공급해 적정 수온을 유지한다. 수온이 올라가 생기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수조의 물을 하루에 1, 2회 교체한다. 이런 방식으로 콜레라, 비브리오패혈증에 감염될 위험을 없앴다.
세계 양식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드러난 문제들은 후발 주자인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식장의 물고기를 공격하는 기생충인 ‘바다 이’의 증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이뤄지는 양식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수부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집중 연구하고 있는 순환 여과 양식과 바이오플록 기술(Bio-floc technology·BFT)이 대표적인 육상 양식 기술이다.
○ 대기업 등의 참여로 경쟁력 키워야
한국의 양식장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최근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수출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시장 확대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을 먹지 않던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산 김과 김으로 만든 스낵은 ‘웰빙 스낵’으로 소문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 수산물이 가장 많이 수출되는 나라다. 수출액은 연간 7억∼8억 달러(약 8800억 원). 한국산 전복과 김, 굴 등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미 믿고 먹는 외국산 수산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 제주산 양식 광어는 일본산 광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한국의 광어 양식 기술은 일본에서 전수받은 것이다. 민병화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일본은 1980년대에 한국에 양식 기술을 전수할 만큼 광어 양식 기술이 앞서 있었지만 영세한 양식장 중심의 생산 체계를 개선하지 못해 지금은 한국에 뒤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양식업의 규모화가 꼭 필요하다고 수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길이 막혀 있다. 양식 면허를 얻기도 힘들고 면허가 있어도 어류, 해조류 등 주요 양식 품종은 생산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이런 규정의 완화를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초반 양식업 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환경 규제를 엄격히 해 기술과 자본을 갖춘 기업들의 진출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어민들은 계약 재배를 담당하거나 힘을 합쳐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기업화했다. 오운열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한국은 IT 선진국으로서 첨단 양식을 위한 기반이 잘 마련돼 있다”며 “노르웨이처럼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들어와 양식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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