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반복 ‘재활용’으로 처분면적-시간 모두 줄인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6-09-09 03:00 수정 2016-11-29 11:29
‘재처리’ 기술 어떤 게 있나
원자력발전을 하는 국가라면 다 쓴 핵연료, 즉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해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땅속 깊이 묻는 ‘심지층처분’ 방식을 선택하고 부지 매입까지 완료했다. 반대로 일본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재활용’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을 거듭할수록 폐기물 부피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한국도 재활용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7월 25일 열린 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국내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장기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매립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 실정에 맞는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재활용한 핵연료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전용 원자로 개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 건식재처리, 일본은 ‘선진습식처리’ 선호
원전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는 독성이 높은 초우라늄(TRU) 폐기물, 열을 많이 내는 세슘 등 방사성물질, 그리고 핵분열생성물(FP) 등이 포함된다. 독성이 자연 상태 수준으로 낮아지기까지는 30만 년 이상 걸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핵연료 재활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손쉬운 것은 ‘습식재처리(퓨렉스)’ 기술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핵연료만 뽑아내는 방법이다.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핵확산 우려가 높은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 프랑스가 주목하는 방법은 기존의 습식처리 방식의 안전성을 개선한 ‘선진습식처리(넥스트)’ 방식이다. 같은 방법을 미국에서는 ‘우렉스’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1997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왔다. 흔히 건식재처리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2007년엔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2012년엔 전용 실험시설인 ‘프라이드’를 완공해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넥스트와 파이로프로세싱의 효과는 사실상 같다. 퓨렉스처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핵반응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불순물이 섞여 나온다. 전용 원자로에서 발전을 할 수는 있지만 핵무기로 만들려면 처음부터 재처리가 필요해 핵확산 방지 효과가 있다. 반대로 초우라늄 등의 독성 불순물은 99.9% 걸러낼 수 있다. 이렇게 재활용을 반복하면 매번 재활용 핵연료의 무게가 20%씩 감소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폐기물은 부피를 최대 225분의 1로, 무게를 5%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30만 년에 이르던 처분 시간도 300년 이하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넥스트보다 파이로프로세싱이 국내 실정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안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개발부장은 “넥스트로 재활용을 할 수 있다면 구식 습식처리 방식으로 되돌아가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파이로프로세싱이 핵확산 방지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이 국내외 평가”라고 말했다.
○ 전용 원자로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필수
재활용한 핵연료는 ‘고속로’란 이름의 원자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넥스트를 도입한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는 현재 핵연료 재활용에 성공해 제한적이지만 전력 생산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듐냉각고속로(SFR)라는 전용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지구상에서 6번째로 많은 금속인 소듐나트륨을 원전 내부에 첨가해 핵반응 속도를 높여야만 재활용한 핵연료를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한 번 재활용 핵연료를 장전하면 약 5년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유재운 원자력연 SFR원자로설계부장은 “파이로프로세싱 방법과 소듐고속냉각로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최대한 줄여 영구 처분장 하나에서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원자력발전을 하는 국가라면 다 쓴 핵연료, 즉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해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땅속 깊이 묻는 ‘심지층처분’ 방식을 선택하고 부지 매입까지 완료했다. 반대로 일본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재활용’ 기술을 적극 개발 중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을 거듭할수록 폐기물 부피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한국도 재활용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7월 25일 열린 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국내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장기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매립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 실정에 맞는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재활용한 핵연료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전용 원자로 개발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 건식재처리, 일본은 ‘선진습식처리’ 선호
원전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는 독성이 높은 초우라늄(TRU) 폐기물, 열을 많이 내는 세슘 등 방사성물질, 그리고 핵분열생성물(FP) 등이 포함된다. 독성이 자연 상태 수준으로 낮아지기까지는 30만 년 이상 걸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핵연료 재활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손쉬운 것은 ‘습식재처리(퓨렉스)’ 기술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핵연료만 뽑아내는 방법이다.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핵확산 우려가 높은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 프랑스가 주목하는 방법은 기존의 습식처리 방식의 안전성을 개선한 ‘선진습식처리(넥스트)’ 방식이다. 같은 방법을 미국에서는 ‘우렉스’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한국은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1997년부터 꾸준히 연구해왔다. 흔히 건식재처리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2007년엔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2012년엔 전용 실험시설인 ‘프라이드’를 완공해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넥스트와 파이로프로세싱의 효과는 사실상 같다. 퓨렉스처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핵반응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불순물이 섞여 나온다. 전용 원자로에서 발전을 할 수는 있지만 핵무기로 만들려면 처음부터 재처리가 필요해 핵확산 방지 효과가 있다. 반대로 초우라늄 등의 독성 불순물은 99.9% 걸러낼 수 있다. 이렇게 재활용을 반복하면 매번 재활용 핵연료의 무게가 20%씩 감소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폐기물은 부피를 최대 225분의 1로, 무게를 5%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30만 년에 이르던 처분 시간도 300년 이하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넥스트보다 파이로프로세싱이 국내 실정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안도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개발부장은 “넥스트로 재활용을 할 수 있다면 구식 습식처리 방식으로 되돌아가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파이로프로세싱이 핵확산 방지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이 국내외 평가”라고 말했다.
○ 전용 원자로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필수
재활용한 핵연료는 ‘고속로’란 이름의 원자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넥스트를 도입한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는 현재 핵연료 재활용에 성공해 제한적이지만 전력 생산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듐냉각고속로(SFR)라는 전용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지구상에서 6번째로 많은 금속인 소듐나트륨을 원전 내부에 첨가해 핵반응 속도를 높여야만 재활용한 핵연료를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한 번 재활용 핵연료를 장전하면 약 5년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유재운 원자력연 SFR원자로설계부장은 “파이로프로세싱 방법과 소듐고속냉각로를 통해 사용후핵연료를 최대한 줄여 영구 처분장 하나에서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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