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일수록 스펙 많이 본다…가족-신체관련 질문도 여전

유성열기자

입력 2016-08-24 14:14 수정 2016-08-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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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일수록 어학 점수나 학점 등 이른바 ‘스펙’을 요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채용 시 가족관계나 신체 사이즈를 묻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 채용 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적어야 하는 기업은 94%, 학점을 요구하는 기업도 60.2%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학점수(49.4%)를 묻는 기업의 비율도 절반에 육박했고, 어학연수 여부(37.5%)를 묻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 10곳 중 8곳 정도(77.1%)는 어학점수를 요구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43.4%)보다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응답한 대기업의 85.4%는 학점을 요구한 반면, 중소기업은 53.9%만 입사지원서에 기재토록 하고 있었다. 대기업일수록 어학점수나 학점 등 스펙이 좋아야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는 셈이다.

가족관계나 부모직업, 신체 사이즈 등을 묻는 관행도 여전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78.%가 가족관계를 요구했고, 입사지원서에 키와 몸무게를 적어야 하는 기업도 13.7%였다. 10.3%는 혈액형, 9.1%는 본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생년월일을 묻는 기업은 9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인턴 경력(60.6%)이나 공모전 입상(31.5%), 사회봉사(23.4%) 등을 요구하는 기업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직무능력 표준 지침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 중이거나 활용할 예정인 기업도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직무 중심 채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사원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중복 응답)도 자격(54.9%)이 학력(34.9%)이나 인턴경력(28.0%) 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방식 역시 수시채용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사원을 공채로 뽑는 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20.7%에서 올해 13.3%로 낮아졌고, 경력사원 위주의 수시채용을 하는 기업도 48.8%에 달했다. 37.6%는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 중이라고 답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무와 상관없는 스펙을 요구해 청년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스펙은 과감하게 버리고, 직무능력을 우선해 공평한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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