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 꿈 꺾는 ‘뽑다 만 손톱밑 가시’

동아일보

입력 2014-03-19 03:00 수정 2014-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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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일아트店은 되는데 메이크업 창업 왜 안되나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청년희망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에 적합한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요즘은 면접이나 맞선 때도 메이크업을 받는 수요가 많다. 동아일보 DB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서 5년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박모 씨(30·여)는 올 초 창업을 결심했다.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이 비싼 돈을 내고 강남의 미용실로 메이크업을 받으러 온다는 것에 착안해 대학가 주변에 저렴한 가격으로 메이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를 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홍익대 인근과 신촌 등 대학가 주변 부동산을 돌며 가게 자리까지 알아봤다. 하지만 계약을 하기 직전 현행법상 자신이 메이크업 전문점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메이크업은 미용업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미용사 자격증을 딴 뒤 미용실로 창업을 해야 한다.

한 씨는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었지만 결국 계약하지 못했다. 한 씨는 “대학 미용 관련 학과를 다시 다니든지 미용학원을 다녀서 미용사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비용이나 시간이 부담돼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창업 규제는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손톱 밑 가시’의 대표 격으로 꼽혔던 ‘네일아트’ 규제와 사실상 같은 사례다. 1961년 만들어진 미용사법을 전신으로 한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이 메이크업을 별도의 업종이 아닌 미용업의 한 분야로 규정하고 있어 벌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미용업의 한 분야였던 네일아트는 올해 7월부터 미용업에서 분리돼 창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2008년에는 피부관리업도 미용업에서 분리돼 창업이 가능해졌다. 메이크업만 여전히 같은 규제에 묶여 있는 것이다.

한국메이크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10만7000명이 메이크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박 씨처럼 규제 때문에 창업의 꿈을 접는 젊은이들이 상당수라는 것이 메이크업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요즘은 결혼식 말고도 면접이나 맞선 볼 때도 젊은이들이 메이크업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960년대에 만든 법으로 메이크업 창업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서비스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규제를 풀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고용정책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복지부는 메이크업 창업 규제에 대해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일 정부 규제정보포털에 메이크업 창업 규제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대해 복지부 측은 “메이크업 창업 시 불필요한 규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메이크업을 일반 미용업과 분리해야 하며 그러려면 소비자의 수요, 미용업 발전, 해외사례 분석,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올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용사협회처럼 (메이크업 업종을 미용업에서 분리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라며 “메이크업협회 이야기만 듣고 결정할 수는 없으니 미용사협회 측과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메이크업협회 채성은 부회장은 “복지부는 수년째 똑같은 답변을 하고 있다”며 “네일아트는 되는데 메이크업은 왜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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