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국민연금, 한진칼 주주권 행사 추진…재계 반발 “경쟁력 약화 우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19-01-16 18:46 수정 2019-01-16 18:5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은 1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찬반투표를 거쳐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의결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자문 역할을 담당했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다음 달 초까지 세부 사항을 결정해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작년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가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에 관한 원칙을 말한다.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이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주주활동 등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행동지침이다.

한진칼 등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진칼을 노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그레이스홀딩스(한진칼 지분 10.71% 보유, 2대 주주)가 경영 참여를 선언한 상황에서 국민연금(한진칼 지분 7.34% 보유, 3대 주주)이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일개 사모펀드 이익 확대에 동조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진칼 측은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대량 주식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적극적인 경영 관여를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손을 터는 ‘먹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며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국민 안전과 관련해 특수한 전문성을 요하는 항공 산업의 경우 전문 인력과 조직, 제도, 장비, 시스템 등 복잡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연계된 상태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며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 등 외부 간섭이 심해질 경우 단기 이익에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전에 소홀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움직임을 경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국내 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가게 된다”며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원칙에 의거해 과도하게 경영활동에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경영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식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위 판단을 존중해 주주권 행사 이행 여부를 내달 초까지 최종결정할 예정이다. 수탁자책임위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 사익 편취 행위와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초점을 두고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 기금위 위원들이 해당 기업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대화 추진과 별개로 수탁자책임위에 안건을 부의해 객관적인 기초 자료를 마련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어서 주주권 행사 결정을 수탁자책임위에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와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박능후 장관은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주주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국민연금은 독자적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