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주택소유 등 고려, ‘로또 청약’ 문제점 개선할 것”
김호경 기자 , 오승준 기자
입력 2024-09-02 03:00 수정 2024-09-02 03:00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인터뷰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맞지만… 타이밍상 지금은 아닌것 같아
저출산 극복위해 정책대출 늘려… 집값 나라 망할 정도 오른건 아냐”
“‘로또 청약’이 반복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라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거주지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 과열 지역인지 등이 주요 고려 대상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7월 경기도 한 아파트 무순위 청약 1채에 300만 명이 몰리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자 청약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장관은 다만 현재 집값 상승세에 대해서는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말해 시장 전문가들의 인식과는 다소 온도 차를 드러냈다.
● “분상제 폐지, 지금은 타이밍 아냐”
현재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원래 ‘해당 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만 가능했는데, 미분양 우려에 정부가 지난해 2월 거주 지역과 주택 수 요건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한참 분양이 안 돼 요건을 완화했지만 요즘처럼 가격이 오를 때는 바로 규제했어야 한다”며 “타이밍을 놓쳐 겨울에 여름 옷을 입은 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약 과열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분양가상한제(분상제)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위축하는 부작용이 있어 없애는 게 맞다”며 폐지 입장을 나타냈다.
분상제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대표적인 가격 규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상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했다. 올해 1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현재 적용 대상은 공공택지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민간택지만 남았다.
그는 “분양 이익은 사업자인 공급자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자에게 다 주기 어렵다면 공공기여 등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면서 “분상제로 인해 수분양자가 이익을 가져가는 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분상제는 (집값이) 뜨거운 동네에만 남아 있다.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폐지하면 단기적으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다”며 “타이밍상으론 지금 폐지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 “부동산 시장 굉장히 양극화돼”
박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은 급상승 추세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오히려 마이너스인 곳도 있고 미분양도 여전히 문제”라며 “시장이 굉장히 양극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언하긴 아직 어렵지만 8월 신고된 거래량이 7월보다 줄어 집값이 조금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726건으로 2020년 7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8월 매매 건수는 그달 말까지 3108건이 신고됐는데, 9월 말 집계가 끝나더라도 전달보다는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장관은 정부가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대출을 늘린 탓에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집값이 올랐지만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집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아 나라가 문닫게 생겨,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책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방안 발표 후 발언한 “전세는 효용을 다했다”는 의견도 이날 재확인했다. 그는 “전세 제도가 이제 한계에 와 있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대출로 목돈을 만들고, 그 돈을 전세 형태로 계약을 하는 건 매우 불안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 장기 임대주택은 우선 목돈이 거의 안 들어가니 사기나 역전세를 당할 위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임대주택은) 목돈을 안 내는 대신 월세를 얼마나 낼 거냐 하는 게 관건”이라며 “2만 원짜리 냉면도 있고 1만 원짜리 냉면도 있듯 민간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한편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놓고 “사업성을 떨어트려 재건축을 못 하도록 막는 법이라 없애는 게 맞다”고 했다. 또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2법’에 대해선 “법무부와 2022년 시작한 공동 연구가 막바지로 연내 정부 대안을 내놓고 전문가 토론 등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맞지만… 타이밍상 지금은 아닌것 같아
저출산 극복위해 정책대출 늘려… 집값 나라 망할 정도 오른건 아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무순위 청약 제도 개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임대차 2법 개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대출이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출산으로) 나라가 문 닫게 생겨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책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로또 청약’이 반복되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라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거주지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 과열 지역인지 등이 주요 고려 대상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7월 경기도 한 아파트 무순위 청약 1채에 300만 명이 몰리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자 청약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장관은 다만 현재 집값 상승세에 대해서는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말해 시장 전문가들의 인식과는 다소 온도 차를 드러냈다.
● “분상제 폐지, 지금은 타이밍 아냐”
현재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원래 ‘해당 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만 가능했는데, 미분양 우려에 정부가 지난해 2월 거주 지역과 주택 수 요건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한참 분양이 안 돼 요건을 완화했지만 요즘처럼 가격이 오를 때는 바로 규제했어야 한다”며 “타이밍을 놓쳐 겨울에 여름 옷을 입은 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약 과열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분양가상한제(분상제)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주택 공급을 위축하는 부작용이 있어 없애는 게 맞다”며 폐지 입장을 나타냈다.
분상제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대표적인 가격 규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상제를 민간택지로 확대 적용했다. 올해 1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현재 적용 대상은 공공택지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민간택지만 남았다.
그는 “분양 이익은 사업자인 공급자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급자에게 다 주기 어렵다면 공공기여 등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면서 “분상제로 인해 수분양자가 이익을 가져가는 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분상제는 (집값이) 뜨거운 동네에만 남아 있다.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폐지하면 단기적으로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다”며 “타이밍상으론 지금 폐지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 “부동산 시장 굉장히 양극화돼”
박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은 급상승 추세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은 오히려 마이너스인 곳도 있고 미분양도 여전히 문제”라며 “시장이 굉장히 양극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언하긴 아직 어렵지만 8월 신고된 거래량이 7월보다 줄어 집값이 조금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726건으로 2020년 7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8월 매매 건수는 그달 말까지 3108건이 신고됐는데, 9월 말 집계가 끝나더라도 전달보다는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장관은 정부가 디딤돌, 버팀목 등 정책대출을 늘린 탓에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지적에 대해 “집값이 올랐지만 나라가 망할 정도로 오른 건 아니지 않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집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아 나라가 문닫게 생겨, 사회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책대출을 늘린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방안 발표 후 발언한 “전세는 효용을 다했다”는 의견도 이날 재확인했다. 그는 “전세 제도가 이제 한계에 와 있다는 게 제 판단”이라며 “대출로 목돈을 만들고, 그 돈을 전세 형태로 계약을 하는 건 매우 불안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 장기 임대주택은 우선 목돈이 거의 안 들어가니 사기나 역전세를 당할 위험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임대주택은) 목돈을 안 내는 대신 월세를 얼마나 낼 거냐 하는 게 관건”이라며 “2만 원짜리 냉면도 있고 1만 원짜리 냉면도 있듯 민간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한편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놓고 “사업성을 떨어트려 재건축을 못 하도록 막는 법이라 없애는 게 맞다”고 했다. 또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2법’에 대해선 “법무부와 2022년 시작한 공동 연구가 막바지로 연내 정부 대안을 내놓고 전문가 토론 등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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