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불패’는 옛말… 현금청산가 밑도는 거래도
최동수 기자 , 이축복 기자
입력 2024-05-09 17:24 수정 2024-05-09 17:3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4.5.9/뉴스1
지난해 8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며 재건축 9부 능선을 넘은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 이 단지 전용 면적 71㎡는 지난달 5억2000만~5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관리처분 인가 전인 지난해 거래가(5억5000만~5억6000만 원)보다 오히려 하락한 가격이다. 2022년 540만 원이었던 3.3㎡당 공사비가 지난해 말 657만 원까지 오르면서 전용 71㎡ 기준 조합원 분담금은 최소 2억2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까지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 호가가 5억 원대로 전용 71㎡ 현금청산 예정 금액(6억 원대)보다도 낮다”며 “분담금 때문에 매수자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5억 원대에 3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의 거래다. 지난해 초 21억~22억 원에 거래됐는데 4억 원 가까이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된 것.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문의는 꾸준하다”며 “최근 오른 가격에 매매가 성사되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올렸고, 추가로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지역별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중저가 재건축 단지가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확정 후 사업 단계마다 가격이 오르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규모가 작거나 입지가 좋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부터 공사비 급등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대단지에서 상승 거래가 계속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첫째 주(6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3% 오르며 7주 연속 상승했다. 25개 구 중 노원·도봉·강북구·종로 4개 구만 하락하고 21개 구는 일제히 상승했다. 노원구와 강북구는 전주 대비 0.02%, 도봉구는 0.01% 하락했다. 반면 고가 단지가 몰린 용산구가 0.14%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성동구(0.13%), 마포구(0.09%), 강남구(0.08%), 서초구(0.07% ) 순이었다.
‘노도강’의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나 재건축 계획 확정 등 사업이 진행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공사비 급등으로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힘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안전진단을 통과한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3315채) 전용 79㎡는 3월 7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지난달 6억8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노원구 중에도 재건축 단지가 많은 상계·월계동, 강북구는 미아·우이동 위주로 관망세가 지속되며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강북권이라도 신축급은 상승세인 곳도 있다. 2017년 입주한 강북구 꿈의롯데캐슬 전용 59㎡는 올해 3월 7억9500만 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인 지난해 6월(7억3000만 원) 대비 6000만 원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가격 격차는 확대되지만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상승거래는 제한 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최소 분기 단위로는 거래량 상승세가 관측돼야 시장 회복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그런 수준은 아니다”라며 “강남권도 ‘반짝 상승’으로 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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