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걸릴 백신검증 6개월만에… 작은 실수도 없도록 연습 또 연습”
이지운 기자 , 이미지 기자
입력 2021-02-25 03:00 수정 2021-02-25 17:55
식약처 백신검정과 ‘숨가쁜 6개월’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검증한 과정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백신을 들여와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국민의 팔에 주사를 놓지 못한다. 통상 백신 하나를 심사하는 데 1년 이상 걸리지만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8만7000명분은 6개월 만에 검증을 끝냈다. 그 비결이 뭘까. 검증을 진행한 식약처 백신검정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백신 검증은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를 서류 검토하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제약사가 한 실험을 식약처 실험실에서 똑같이 수행합니다.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해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김종원 식약처 백신검정과장)
코로나19 백신은 백신 자체가 ‘신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활용했는데, 이런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증 실험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했다. 특히 벡터 바이러스의 단백질 함량을 분석하는 실험은 장비 자체가 없었다. 검증을 위해 꼭 필요해 수소문 끝에 식약처 내의 유전자 치료 연구부서에서 장비를 빌려 실험하기도 했다. 김 과장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식약처 전 부서가 합심해 첫 백신 출하라는 ‘아이’를 세상에 내보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 역시 처음 하는 실험에 부담감이 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을 찾아가 실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12년 경력의 양미숙 연구사는 “실험 과정에서 한 번의 실수만 생겨도 백신 출고가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작은 실수도 하지 않도록 실제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통상 6개월 걸리는 품목허가 심사를 40일 안에, 2, 3개월이 걸리는 국가 출하 승인을 20일 안에 마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코로나19 백신 검증에만 매달린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실험실에 배양해 둔 세포들은 휴일이라고 쉬지 않거든요. 배양 상태를 계속 지켜보다 최적의 상태일 때 실험하지 않으면, 검체 자체를 못 쓰게 됩니다.”(이내리 연구관)
코로나19 백신 검증 준비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백신검정과에는 주말과 명절이 사라졌다. 식약처가 있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철도(KTX) 막차 시간 전에 누구도 퇴근하지 못했다. 김 과장은 아예 식약처 인근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백신검정과 직원들은 24일 사무실에 모여 첫 백신 출고 장면을 지켜봤다. 이들은 “오늘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관은 “백신이 트럭에 담겨 옮겨지는 것을 보니 더욱 어깨가 무겁다”며 “앞으로 더 많은 백신을 빈틈없이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약처는 현재 미국 화이자 백신의 품목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2분기(4∼6월)에는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백신 도입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새로 물량이 출하될 때마다 계속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식약처에 백신 검증 인력 26명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 기자
코로나19 백신은 기존 백신에 비해 절반 정도의 짧은 시간에 검증을 끝냈다. 24일 아스트라제네카 첫 출하 이후
이를 검증한 김종원 과장(윗줄 가운데)과 이내리 연구관(윗줄 오른쪽), 양미숙 연구사(아랫줄 오른쪽) 등 식품의약품안전처
백신검정과 직원들이 바쁜 일과 속 사진 촬영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26일 오전 9시부터 접종된다. 3월까지 최우선 접종 대상자인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및 입소자 가운데 65세 미만 희망자 28만9271명이 백신을 맞는다.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검증한 과정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백신을 들여와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국민의 팔에 주사를 놓지 못한다. 통상 백신 하나를 심사하는 데 1년 이상 걸리지만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8만7000명분은 6개월 만에 검증을 끝냈다. 그 비결이 뭘까. 검증을 진행한 식약처 백신검정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백신 검증은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를 서류 검토하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제약사가 한 실험을 식약처 실험실에서 똑같이 수행합니다.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해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김종원 식약처 백신검정과장)
코로나19 백신은 백신 자체가 ‘신종’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활용했는데, 이런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증 실험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했다. 특히 벡터 바이러스의 단백질 함량을 분석하는 실험은 장비 자체가 없었다. 검증을 위해 꼭 필요해 수소문 끝에 식약처 내의 유전자 치료 연구부서에서 장비를 빌려 실험하기도 했다. 김 과장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식약처 전 부서가 합심해 첫 백신 출하라는 ‘아이’를 세상에 내보냈다”고 말했다.
연구원들 역시 처음 하는 실험에 부담감이 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을 찾아가 실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12년 경력의 양미숙 연구사는 “실험 과정에서 한 번의 실수만 생겨도 백신 출고가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작은 실수도 하지 않도록 실제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통상 6개월 걸리는 품목허가 심사를 40일 안에, 2, 3개월이 걸리는 국가 출하 승인을 20일 안에 마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코로나19 백신 검증에만 매달린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실험실에 배양해 둔 세포들은 휴일이라고 쉬지 않거든요. 배양 상태를 계속 지켜보다 최적의 상태일 때 실험하지 않으면, 검체 자체를 못 쓰게 됩니다.”(이내리 연구관)
코로나19 백신 검증 준비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백신검정과에는 주말과 명절이 사라졌다. 식약처가 있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철도(KTX) 막차 시간 전에 누구도 퇴근하지 못했다. 김 과장은 아예 식약처 인근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백신검정과 직원들은 24일 사무실에 모여 첫 백신 출고 장면을 지켜봤다. 이들은 “오늘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관은 “백신이 트럭에 담겨 옮겨지는 것을 보니 더욱 어깨가 무겁다”며 “앞으로 더 많은 백신을 빈틈없이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약처는 현재 미국 화이자 백신의 품목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2분기(4∼6월)에는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백신 도입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새로 물량이 출하될 때마다 계속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식약처에 백신 검증 인력 26명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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