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추락사고, ‘비계’만 제대로 만들어도 막을 수 있다
유성열 기자
입력 2018-05-29 03:00 수정 2018-05-29 03:00
[산재 사망 반으로 줄이자!]<上>건설근로자의 생명줄 비계(飛階)
18일 경기 하남시 KDB산업은행 IT센터 신축공사 현장. 연면적 5만7929m²인 9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비계를 통해 근로자들이 쉼 없이 오갔다. 안내를 맡은 김태수 신세계건설 안전팀장은 “안심해도 된다”며 손으로 비계를 살짝 흔든 다음 두 번 발판을 굴렀다. 비계가 튼튼하니 안심하고 들어오라는 제스처였다.
기자는 김 팀장을 따라 4층까지 이동한 뒤 비계를 통해 건물 외벽으로 나갔다. 약 10m 높이에서 비계와 발판에만 의존해 섰지만 딱히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동행한 이일남 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차장은 “비계만 제대로 설치해도 추락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결국 비계가 건설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안전시설”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근로자의 생명줄, 비계
비계란 건물을 지을 때 근로자들이 높은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해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가설물이다. ‘발판’과 ‘통로’로 구성되며 강관을 바둑판 모양으로 엮어 만든다. 비계는 근로자들의 이동통로이자 작업장이기 때문에 건설 현장의 핵심 안전시설이다.
일반 강관비계는 근로자들이 강관을 직접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규격에 맞는 재료를 쓰고, 볼트와 너트를 단단히 조이는 한편 발판(높이 2m 이상이면 의무 설치)도 촘촘히 설치한다면 강관비계도 안전하다. 그러나 빌라나 상가 등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줄이려고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판을 군데군데 설치하거나 볼트와 너트를 꽉 조이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강관비계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시스템 비계다. 시스템 비계는 발판과 통로, 안전난간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 일괄적으로 설치한다. 근로자들이 직접 조립할 필요가 없어 일반 비계보다 훨씬 안전하다. 근로자들도 시스템 비계에서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작업할 수 있어 발판이 떨어지더라도 추락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시스템 비계는 강관비계보다 단가가 높아 소규모 사업장 건축주들은 이용을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건설근로자들의 생명줄인 비계 설치를 소홀히 다루면 그만큼 추락사고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선 2만5649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 가운데 33.6%인 8608명이 추락사고를 당해 이 가운데 276명이 숨졌다. 특히 공사비 120억 원 미만 현장의 추락사고는 7445명으로 건설현장 전체 추락사고의 86.5%를 차지했다.
이 차장은 “소규모 현장에선 심지어 발판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영세 사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억 원 미만의 현장은 시스템 비계 설치비를 2000만 원까지 지원하니 많이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 정부가 시스템 비계 설치 지원
이에 공사비 120억 원 미만의 건설현장 중 비계를 설치한 8만3000곳을 집중 조사한 뒤 불량 비계를 설치한 곳은 4단계에 걸쳐 기술지도와 감독을 하기로 했다. 만약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현장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또 시스템 비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위험 등급제’를 도입해 공사 현장의 위험도에 따라 A, B, C 등급을 매기고, 고위험(B, C 등급) 현장에는 ‘안전보건지킴이’가 수시로 방문해 안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현장의 사업주와 안전관리자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은 도로교통법과 비슷하다. 어기면 처벌을 받지만 실제로 엄격하게 준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교통사고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높아진 것처럼 산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하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일남 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차장(왼쪽)과 김태수 신세계건설 안전팀장이 18일 경기 하남시 KDB산업은행 IT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비계(飛階)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공단은 비계만 제대로 설치해도 추락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만큼 영세 건설현장을 상대로 비계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렇게 ‘시스템 비계(飛階)’를 설치하면 훨씬 안전합니다.”18일 경기 하남시 KDB산업은행 IT센터 신축공사 현장. 연면적 5만7929m²인 9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비계를 통해 근로자들이 쉼 없이 오갔다. 안내를 맡은 김태수 신세계건설 안전팀장은 “안심해도 된다”며 손으로 비계를 살짝 흔든 다음 두 번 발판을 굴렀다. 비계가 튼튼하니 안심하고 들어오라는 제스처였다.
기자는 김 팀장을 따라 4층까지 이동한 뒤 비계를 통해 건물 외벽으로 나갔다. 약 10m 높이에서 비계와 발판에만 의존해 섰지만 딱히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동행한 이일남 안전보건공단 경기동부지사 차장은 “비계만 제대로 설치해도 추락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결국 비계가 건설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안전시설”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근로자의 생명줄, 비계
비계란 건물을 지을 때 근로자들이 높은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해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가설물이다. ‘발판’과 ‘통로’로 구성되며 강관을 바둑판 모양으로 엮어 만든다. 비계는 근로자들의 이동통로이자 작업장이기 때문에 건설 현장의 핵심 안전시설이다.
일반 강관비계는 근로자들이 강관을 직접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규격에 맞는 재료를 쓰고, 볼트와 너트를 단단히 조이는 한편 발판(높이 2m 이상이면 의무 설치)도 촘촘히 설치한다면 강관비계도 안전하다. 그러나 빌라나 상가 등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줄이려고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판을 군데군데 설치하거나 볼트와 너트를 꽉 조이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강관비계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시스템 비계다. 시스템 비계는 발판과 통로, 안전난간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 일괄적으로 설치한다. 근로자들이 직접 조립할 필요가 없어 일반 비계보다 훨씬 안전하다. 근로자들도 시스템 비계에서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작업할 수 있어 발판이 떨어지더라도 추락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시스템 비계는 강관비계보다 단가가 높아 소규모 사업장 건축주들은 이용을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건설근로자들의 생명줄인 비계 설치를 소홀히 다루면 그만큼 추락사고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선 2만5649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 가운데 33.6%인 8608명이 추락사고를 당해 이 가운데 276명이 숨졌다. 특히 공사비 120억 원 미만 현장의 추락사고는 7445명으로 건설현장 전체 추락사고의 86.5%를 차지했다.
이 차장은 “소규모 현장에선 심지어 발판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영세 사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억 원 미만의 현장은 시스템 비계 설치비를 2000만 원까지 지원하니 많이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 정부가 시스템 비계 설치 지원
웹툰 ‘생활의 참견’으로 유명한 김양수 작가가 안전시설 설치 재정지원 사업을 안내하는 네 컷 웹툰을 제작했다. 안전보건공단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자살, 교통사고, 산재 사망자를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건설현장에서 빈번한 추락사를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건설현장의 지난해 산재 사망자(506명)는 국내 전체 산재 사망자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건설현장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이에 공사비 120억 원 미만의 건설현장 중 비계를 설치한 8만3000곳을 집중 조사한 뒤 불량 비계를 설치한 곳은 4단계에 걸쳐 기술지도와 감독을 하기로 했다. 만약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현장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또 시스템 비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위험 등급제’를 도입해 공사 현장의 위험도에 따라 A, B, C 등급을 매기고, 고위험(B, C 등급) 현장에는 ‘안전보건지킴이’가 수시로 방문해 안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현장의 사업주와 안전관리자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은 도로교통법과 비슷하다. 어기면 처벌을 받지만 실제로 엄격하게 준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교통사고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높아진 것처럼 산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게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하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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