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발언 받아적은 文대통령, 장관에 “어떻게 할지 보겠다”

문병기 기자 , 한상준 기자

입력 2018-01-26 03:00 수정 2018-01-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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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일자리 점검회의]지지부진한 일자리 정책 질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국정 역량을 총동원해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청년 일자리 정책 관련 각 부처가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5일 오후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가 열린 청와대 본관 충무실. 청년 취업준비생, 중소기업 대표 등 회의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회의는 제가 요청해 열리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의례적인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굳은 얼굴로 각 부처 장관들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평소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분발을 당부했던 문 대통령 화법과 달리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질책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장차관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정책을 질책하는 동안 숨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 청년 일자리 배수진 친 문 대통령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향후 3, 4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또 정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최우선 이슈로 설정한 청년 일자리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 부처들의 무사 안일한 태도를 질타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를 민간이 창출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다만 정부가 어떻게든 청년 실업률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도 각 부처의 창의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식 세대인 에코붐 세대가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회의에 참석한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내년부터 2021년이 인구구조상 ‘설상가상’의 시기”라며 “일자리는 연간 30만 개 정도 생기는 반면, 대졸자는 50만 명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막바지까지도 청년 취업난의 해소는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문 대통령, “일자리 문제 해결 요술 방망이는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에 대해 “우리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은)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요술 방망이는 없다. 몇십 명, 몇백 명씩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단계적으로) 모아나가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야구로 치면 홈런 칠 생각만 하지 말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단타도 좋고 번트라도 대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훌쩍 넘긴 2시간가량 진행됐다. 청년 취업준비생, 중소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한 자유토론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다.

특히 청년 대표들은 창업과 해외 취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마다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정책참여단 대표로 참석한 대학생 이재은 씨도 “청년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수혜자인 청년의 목소리와 고충이 담겨야 정책이 청년 중심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한 특성화고 재학생은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 들어가 봐도 온통 대학생 위주 정보만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나고 자란 곳에서 일자리를 얻고 싶어도 마땅히 취업할 곳도 없고 주거지원 정책도 수도권 중심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발언을 모두 꼼꼼히 받아 적었다. 마무리 발언에선 “단기적으로 고용절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상하고 과감한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정부는 2월 중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회의 마지막으로 ‘2월에 (각 부처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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