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올해 서울 입주아파트 18곳 중 16곳 유해물질 기준치 초과

최동수 기자

입력 2024-10-30 14:53 수정 2024-10-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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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올해 서울에서 입주한 신축 아파트 18개 단지를 대상으로 실내 공기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16개 단지에서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발암 물질인 라돈을 비롯해 두통이나 구토를 일으키는 유해 물질들이 검출됐다. 입주 전후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2024년 신축 공동주택 실내 공기 오염도 검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입주한 18개 단지 98채 가운데 16개 단지 49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나왔다. 이는 각 자치구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신축 아파트 실내 공기질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다. 실내 공기질 오염도 검사는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단지별로 저층·중층·고층별로 가구를 선별해 이뤄지는데 조사 가구 중 절반에서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넘긴 것이다.

기준치를 넘긴 유해 물질은 에틸벤젠, 자일렌, 톨루엔, 라돈 등 4개다. 이들은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페인트, 접착제, 벽지 등의 건축재료 등에서 발생한다. 악취나 구토·두통 등을 유발한다. 특히 라돈은 발암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실내 공기질 오염도 검사와 같은 조건에서 이뤄지는 건설사 자체 조사 결과가 다르다는 점이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100채 이상의 신축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기숙사)을 짓는 시공사는 실내 공기 오염도 검사를 대행업체에 의뢰해 자체 실내 공기질 조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조례를 마련해 자치구별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같은 조사를 한 차례 더 실시하고 있다. 보통 건설사 자체조사 실시 이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가 이뤄지는데 자체조사 때는 문제 없던 단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

실제 올해 8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A단지는 입주 전 건설사 자체 조사 때는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조사 때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검사 대상인 8채 중 1채에서 에틸벤젠, 자일렌, 톨루엔이 각각 7배, 3배, 2배 검출됐다. 서울 송파구 B단지도 7월 자체 조사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서울보건환경연구원 검사 때는 7채 중 4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톨루엔과 자일렌이 검출됐다.

더욱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면 구청이 건설사에 재검사를 권고하는데, 이때 건설사로부터 결과만 받아볼 뿐 실제 재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 파악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건설사 자체 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내 공기 오염도 검사는 30분 환기, 5시간 밀폐시킨 후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규정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주가 임박하면 마감 공사 등이 촉박해 가구마다 밀폐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이뤄지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전 건설사가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작업인 베이크아웃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베이크아웃은 난방 시설로 실내 온도를 올린 뒤 환기를 통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작업이다. 500채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 기준에 따르면 건설사는 실내온도를 33~38도로 올리고 8시간 유지한 뒤, 문과 창문을 모두 열고 2시간 환기하는 행위를 3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김호연 서경대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하루에 3번 이상인지 일주일 내 3번 이상인 지 명확한 기간과 횟수 등을 제시해 베이크아웃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기준이 허술하니 현장에서 작업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 의원은 “건설사 자체조사를 맡겨놓고 결과만 받아볼 것이 아니라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감독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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