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프리카 가나에서 도요타 추월

동아일보

입력 2013-02-04 03:00 수정 2013-02-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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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 사진은 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한 현대차 대리점에서 현지인 패트릭 씨(26)가 현대차 ‘싼타페’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위 사진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시내의 한 고층 건물에 걸린 기아차 고급 세단 ‘K9(현지명 쿠오리스)’의 광고판. 아크라·두바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월 30일 아프리카 서부의 연안(沿岸) 국가 가나. 가장 번화한 수도 아크라의 시내에서는 행상들이 목청을 높이며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것은 삼성이나 보다폰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판. 머리 위에 물동이를 올린 흑인 소녀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잘 포장된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물결. 낡은 중고차가 대부분이지만 독일 자동차 업체의 고급 세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가나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교민 박호선 씨(26)는 “아크라 시내에는 불과 2, 3년 전만 해도 볼 수 없던 교통 체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제규모(국내총생산 기준)가 세계 85위인 가나에서 모터라이제이션(자동차의 급속한 대중화)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가 ‘미래의 시장’이라면 중동 자동차 시장의 발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자동차 업계에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찾아 각 나라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현지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의 모습을 살펴봤다.


○ 현대차, 지난해 가나에서 첫 1위

아프리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5위에 오른 현대·기아자동차가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서 공을 들이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아프리카 인구는 약 10억 명으로 추산된다. 신차 수요는 지난해 기준 140만 대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경제 성장이 시작되면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약 26만 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에도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잠재력이 높은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가나는 2010년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며 특히 주목받고 있는 국가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가나를 아프리카에서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아크라·두바이=강홍구 기자, 이진석 기자 windup@donga.com

▼ 가나 신차등록 4대중 1대가 현대차 ▼

현대차는 지난해 가나에서 2605대를 판매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업체에 올랐다. 가나에는 총 33개 자동차 브랜드가 진출해 있다. 지난해 가나의 신차 등록 대수는 약 1만1000대. 4대 중 1대가 현대차였던 셈이다.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다. 비(非)포장도로가 대부분인 현지 도로 여건에 적합하고 차 한 대에 여러 명이 몰려 타는 아프리카의 특성상 실내 공간이 넓은 SUV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판매한 차량(17만5727대) 중 SUV인 투싼(1만8365대)과 싼타페(6660대), 베라크루즈(583대) 3종이 차지한 비율은 약 14.6%였다.

자동차 보급 초창기인 만큼 소형차 또한 중요한 시장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구매력이 떨어지는 아프리카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객들이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차를 첫 차로 선택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상민 현대차 아프리카지역본부장은 “체코공장에서 생산하는 준중형 해치백(뒷모습이 둥글고 뒷좌석과 트렁크를 합한 형태) ‘i30 3도어’를 연내 아프리카에 내놓아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아크라에서 현대차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하드 히자지 사장은 “공급만 원활하다면 올해 3000대 판매도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도 아크라를 중심으로 구성된 판매 네트워크도 한국 교민들이 몰려 있는 테마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 중동 고급차 시장 잡는다

지난달 3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기아자동차 대리점. 세련된 건물 외관에서부터 아프리카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차량 20대가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 위에 전시된 모습은 단순한 판매점이라기보다 모터쇼를 떠올리게 했다.

신차 구매를 위해 이곳 대리점을 찾은 현지인 바시르 칸 씨(43)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는 “한국차의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중동 시장에서의 인기가 불과 수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동에서 사상 최고치인 49만9450대를 판매했다. 기존 판매 대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소형차뿐 아니라 지난해 중동 ‘올해의 차’로 선정된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대형세단 판매도 4100여 대로 늘었다.

원래 현대·기아차의 중동 시장 공략은 중소형 차량에서 시작됐다. 중동은 국민의 소득 격차가 크기 때문에 고급차와 비(非)고급차로 자동차 시장이 양분되어 있다. 현대·기아차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급차 시장으로 무리한 확장을 하는 대신 기존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중소형 모델 위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기아차 아중동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인기를 끈 차종은 준중형차 ‘K3’와 소형차 ‘프라이드’, 경차 ‘모닝’ 등이다. 이들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는 대부분 기존 고급차량을 보유하면서 가족들을 위한 ‘두 번째 차’를 찾는 이들이었다.

정문용 기아차 아중동지역본부장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한 마케팅을 통해 기아차가 젊은 고객들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세단 시장에 대한 도전도 계속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고급 대형세단 ‘K9’(현지명 쿠오리스)을 출시해 고급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과 브라질 공장의 완공으로 ‘주요 대륙별 생산망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는 생산 대수를 늘리는 것보다 품질 향상과 연구개발(R&D)에 주력하는 한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주요 신흥국) 시장의 다음 타깃인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공략 방안을 수립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라·두바이=강홍구 기자,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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