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 실거래가’ 역전 속출…정부 “현실화율 2년전 수준으로”

이축복기자 , 정서영기자

입력 2022-11-22 20:38 수정 2022-11-2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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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DB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속출하자 공시가격을 낮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을 낮추려는 취지다. 종부세 개편안 등 세(稅) 부담 완화 방안이 국회에서 제때 통과하지 못하자 고육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2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2차 공청회를 열었다. 국토부의 ‘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회’ 위원인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내년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을 제안했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폐기된다.

자문위 안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 내년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평균 69.0%가 된다. 기존 계획에 따른 내년 현실화율(72.7%)은 물론이고 올해 현실화율(71.5%)보다 낮아진다. 4일 1차 공청회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은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날 자문위는 이보다 더 낮추자는 것이다.

공동주택 시세별 현실화율은 △시세 9억 원 미만은 올해 69.4%에서 68.1% △9억~15억 원 미만은 75.1%에서 69.2% △15억 원 이상은 81.2%에서 75.3%로 낮아진다. 유 교수는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의 역전 문제, 과도한 국민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해 2020년도 수준으로 현실화율을 환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 기준으로 쓰인다.

동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에게 의뢰한 보유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5㎡·시세 35억5000만 원) 1주택자의 내년도 보유세는 기존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약 1847만 원이 된다. 하지만 자문위 안을 적용하면 1605만 원 선으로 감소한다. 내년도 15억 원 이상 공동주택 현실화율 84.1%를 적용한 추정 공시가격은 29억8555만 원인데, 자문위 안대로 현실화율을 75.3%로 낮추면 공시가격이 26억7315만 원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래미안크레시티(전용 85㎡·시세 13억7000만 원)의 경우 당초 현실화율이 78.1%까지 올라 공시가격은 10억6997만원이 되지만, 자문위 안을 적용하면 현실화율은 69.2%, 공시가격은 9억4804만 원이 된다.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은 약 293만 원에서 약 277만 원이 된다. 모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 세액공제는 없다고 가정했다.

정부는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빠른 데다 집값이 떨어지는 등의 추세를 감안해 시세 14억 원까지 특별공제, 지난해 공시가격 반영 등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모두 무산됐다.

황종규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은 시세와 연동돼 움직이는 기준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 때문에 정책 방향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세 부담이 문제라면 공시가격이 아니라 세율, 과세표준 등을 조정하는 게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회 상황 때문에 공시가격 제도가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공청회 내용을 반영해 조만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확정해 발표한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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