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행동주의펀드 제안 요목조목 반박… “소수 이익 위해 지속가능성 훼손 우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03-24 11:11 수정 2023-03-2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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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KT&G 주총서 3자 표결 전망
대주주 국민연금, 행동주의펀드 제안 모두 반대
KT&G, 과도한 배당·자사주취득 요구 지적
“지속가능한 주주환원과 경영에 타격” 우려
분할상장 노린 ‘특정 목적’ 사외이사 후보 논란


올해 민영화 21년을 맞은 KT&G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유래 없던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안다자산운용(안다)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 행동주의펀드 2곳이 주주제안을 제기하는 등 KT&G 이사회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면서다.

주총을 일주일가량 남겨둔 시점에도 KT&G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 측의 신경전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측은 KT&G 이사회가 제안한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면 안 된다는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이번 KT&G 주총에서는 이례적으로 이사회와 안다, FCP 등 3개 세력이 맞붙는 표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예상 결과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KT&G는 민영화를 통해 특정 대주주가 없는 회사로 운영돼왔다. 지분 역시 5% 이상(의결권 있는 주식, 2022년 말 기준) 주주가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7.12%)와 국민연금(7.08%), 중소기업은행(6.93%) 등 3곳에 불과하고 각자 보유한 지분 역시 10% 미만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지난 23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심의를 통해 안다와 FCP 등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안건을 모두 반대하고 이사회 제안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현 KT&G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소액주주 비중이 62.9%에 달하는 점도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이 각자 엇갈린 의견을 내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6년 동안 회사를 이끈 KT&G 백복인 사장과 경영진의 실력도 무시할 수 없다. 꾸준한 실적과 글로벌 진출 등 강력한 명분과 비전을 앞세워 소액주주 표심을 유혹한다.

KT&G는 배당과 자사주, 사외이사 등 이번 주주제안 주요 쟁점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각종 요구사항에 대해 정공법으로 응수하는 모습이다. 특히 KT&G 측은 이번 주주제안 일부가 지속가능한 주주환원과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
○ “1조 버는데 1조2000억 배당 과도하다… 주주환원율 이미 세계 최고 수준”
배당의 경우 행동주의펀드 측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초과하는 규모로 과도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CP와 안다는 각각 주당 1만 원, 7867원을 배당안으로 내놨는데 이 경우 최대 1조1627억 원이 소요돼 2022년 당기순이익 약 1조53억 원(연결 기준)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 규모 배당을 의결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향후 5년간 3조9000억 원 규모 투자계획을 고려한 규모로 행동주의펀드 측이 주장하는 과도한 배당이 사업 성장을 저해하고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KT&G는 지난 2021년 발표한 중장기(2021~2023년)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매년 약 1조 원 규모 환원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1999년 상장 이후 주당배당금을 단 한 번도 하락시킨 적 없이 23기 연속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KT&G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알려졌고 여기에 올해는 3000억 원 규모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동종업계 최고 수준 주주환원율(총 주주환원금액/당기순이익)을 기록 중이라고 했다. 필립모리스(PMI)와 BAT, JTI 등 주요 기업 주주환월율이 각각 93%, 75%, 73% 수준이지만 KT&G는 95%(2021년 기준)에 육박한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새로운 주주환원정책 발표 시기가 도래했다. KT&G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 주주환원율에도 불구하고 전향적인 입장에서 주주환원정책을 고려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보다 강화된 ‘신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역시 KT&G 이사회가 의결한 주당 5000원 배당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 “과도한 현금 규모 추산… 무리한 자사주 취득 요구로 이어져”
자사주 취득과 소각에 대해서도 행동주의펀드 측이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펀드 측이 최대 1조2000억 원 규모 자사주 일시 취득을 제안했는데 이는 현행 자사주 취득 규모(약 3000억 원)의 3배에 해당하고 배당과 마찬가지로 당기순이익을 넘어선 규모라고 설명했다.

특히 FCP는 자사주 취득(1조2000억 원)과 배당(1조2000억 원) 등 총 2조4000억 원 넘는 규모의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KT&G 당기순이익의 최소 2배, 총 주주환원 금액(배당총액 및 자사주매입)의 최소 3배에 이르는 규모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입장을 전했다.

FCP는 KT&G가 보유한 현금이 4조 원에 달한다며 해당 규모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FCP가 언급한 4조 원은 단기간 내 유동화가 어려운 장기예치금(약 1조4000억 원)과 담배소비세(약 7000억 원) 등 각종 운영 자금을 포함한 금액으로 과대계상 됐다고 지적했다. FCP 측이 비유동자산까지 포함해 현금을 과도하게 추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자기주식소각 결정을 주주총회 권한으로 하는 건에 대해 주주제안 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이와 관련된 자기주식소각 및 취득 건도 함께 반대하기로 했다.
○ ‘특정 목적’ 이사 후보 논란… “소수 이익 위한 이사회 진입 시도 우려”
행동주의펀드 측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ESG기준원은 FCP 측 사외이사 후보인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인삼공사 분리상장을 가정해 특정 목적이 있는 후보 추천이라는 이유에서다. FCP는 추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인삼공사 분리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차석용 이사 후보를 분할신설회사(인삼공사)의 대표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ESG기준원은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차 이사 후보가 인삼공사 분리상장에 있어 이해관계가 가장 큰 인물이고 인적분할을 비롯해 중요 경영사안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FCP 측이 설정한 신설분할회사 이사들의 연간 보수 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KT&G 이사 보수 한도의 2배인 100억 원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경우 사외이사 증원 건에 대해 이사회 운영 효율성 등을 이유로 안다 측이 제안한 증원 요구를 반대하기로 했다. 대신 KT&G 이사회가 제시한 현행 6명 유지안에 찬성했다. 이와 연계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FCP 측이 추천한 차석용 이사 후보 등 행동주의펀드 제안을 모두 반대하고 KT&G 이사회가 제시한 후보만 찬성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2명 선임 안건이 상정되면 KT&G 측 추천 후보 김명철, 고윤성 후보에 절반씩 집중투표하고 4명을 선임하는 경우 김명철, 고윤성, 임일순 등 KT&G 추천 후보 3명에게 각각 3분의1씩 집중투표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 감사위원 선임과 제무제표 승인, 분기배당 신설과 그 부칙, 이사 보수 한도 등 안건에 대해서도 KT&G 제시안에 찬성하고 나머지 안건은 모두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KT&G 역시 일부 후보가 분리상장 등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사회 의견에 힘을 실어준 국민연금 수책위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KT&G 관계자는 “KT&G와 분할신설회사의 불가피한 협력 관계를 고려했을 때 분할된 회사의 대표이사인 동시에 KT&G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자가 충분히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KT&G보다 2배가량 높게 설정한 연간 이사 보수 한도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KT&G의 경우 외부 서치펌과 지배구조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등 여러 단계 절차에 걸쳐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친 후 최적격자를 후보로 추천해왔다. 또한 투명성을 위해 매년 다른 외부 서치펌을 선정해 후보자를 물색해왔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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