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역대 최저, 엔화도 추락… 돈 풀어 경기 살리려다 ‘부메랑’

뉴욕=김현수 특파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도쿄=이상훈 특파원

입력 2022-09-30 03:00:00 수정 2022-09-30 06: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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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파운드 쇼크 이어 금융시장 혼란

중국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28일(현지 시간)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일본 엔화는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에 환율이 일주일 전 달러당 140엔대까지 떨어졌지만 29일 한때 다시 145엔에 육박하는 등 가치 하락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파운드화 급락 쇼크’가 650억 파운드(약 101조 원) 규모의 긴급 국채 매입을 시작한 영국 중앙은행(BOE)의 개입으로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두 축인 중국 일본과 ‘파운드화 급락 쇼크’를 일으킨 영국의 공통점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 긴축 정책과 달리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부채를 늘리거나 저금리를 유지하려다 시장의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때처럼 정부가 부채를 늘려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시장의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신호가 잇따르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수단이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발 고통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행사에서 “내년 경기 침체는 확실히 온다”고 밝혔다.
○ “달러당 7.3위안 돌파할 수도”

중국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28일(현지 시간) 한때 달러당 7.2647위안까지 올랐다. 역외시장 환율을 따로 구분해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중국 역내시장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7.2521위안까지 치솟았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위안화 환율 상승에 베팅하지 말라”라며 개입하면서 29일 위안화 가치가 9일 만에 다소 반등했지만 시장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한 달 안에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설 가능성을 60% 정도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가치의 급락은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경기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아 수출·내수 둘 다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도 떨어졌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지난달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7.1%에 그쳤다. 매달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경기 부양 과정에서 빚이 늘어난 중국 지방정부들의 부채 위기가 중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계부채를 포함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 전체 부채 비율은 2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비율이 234%에 달하는 일본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0%대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확장적 금융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거 ‘아베노믹스’를 펴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올리면 이 빚의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0년 전 500조 엔(약 5000조 원)대였던 일본 국가채무는 올해 말 1026조 엔(약 1경1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자 일본 금융당국이 24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
○ “빚내서 경기 부양 시대는 갔다”

‘파운드화 쇼크’는 영국 정부가 감세정책과 더불어 부채를 늘리는 확장 재정정책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영국 부채를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겠다며 투자자들이 국채 투매에 나섰고, 달러 가치가 급상승해 세계 통화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이다.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팬데믹 시기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를 지탱하던 시절이 완전히 갔다는 의미”라며 “시장이 더 이상의 ‘정부 부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에 영국이 첫 사례가 됐다고 분석했다.

BOE가 국채 매입안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결국 미 정부가 나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리즈 트러스 내각에 감세정책을 재고하라는 압력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이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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