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수해-파업… 조선-車업계 ‘철강대란’ 비상

김재형 기자

입력 2022-09-27 03:00:00 수정 2022-09-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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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격려금 불만 현대제철 노조… “하루 8시간씩 게릴라성 파업”
작업조율 못해 생산차질 불가피… 포스코 피해 겹쳐 철강 수급 우려
후판값 이달 들어 다시 상승추세… 물량 감소땐 산업계 연쇄 파장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격려금 400만 원 지급”을 요구하며 5개월 가까이 충남 당진제철소 안동일 사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였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노조(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 지회)가 24일부터 ‘게릴라성 파업’에 돌입했다. 146일간 이어온 충남 당진제철소의 사장실 점거 농성을 같은 날 풀었지만, 일부 철강제품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로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 파업까지 겹쳐 국내 산업계는 철강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 현대제철 노조, 철강 수급 우려에도 파업 강행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의 현대제철 4개 지회는 24일과 25일, 당진제철소 후판·특수강 공정 조합원에게 쟁의 지침을 내려 하루 8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각 공정별로 예고 없이 벌이는 게릴라성 파업은 회사가 미리 대책을 세울 시간이 없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참아왔던 분노를 사측에 보여주자”며 파업 장기화를 예고했다.

노조 측이 내세운 공식적인 파업 명분은 “2022년 임금단체협약을 위한 16차례의 교섭 요청에 사측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7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94.1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파업을 불사하겠다”며 압박해 왔다. 이번 파업에는 5개 지회 중 순천지회만 빠졌다. 현대제철 노조는 순천지회를 포함한 5개 지회의 공동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회별 임금체계가 다른 만큼 당진지회는 별도로 교섭하고, 나머지 4개 지회를 묶어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 파업의 실질적 원인은 ‘특별격려금 400만 원’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올 초 지급한 특별격려금을 똑같이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월 2일 안동일 사장의 사무실 점거에 들어갔다. 사측으로서는 점거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6월 시작된 노조의 임단협 교섭 요청에 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사로서는 지급 의사가 없는 특별격려금이 협상 테이블에 먼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장실 점거 농성에도 사측이 움직이지 않자 노조는 ‘생산라인’을 인질 삼아 사측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며 “포스코의 침수 피해로 철강 수급에 우려가 커지는 현황을 역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수주 호황 맞이한 조선업계, 불똥 튈까 전전긍긍

현대제철 노조의 파업으로 조선, 건설, 자동차 업계는 당장 철강제품 수급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최근 수주량이 급증한 조선업계는 간신히 안정세에 접어든 후판 가격이 재반등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6월 평균 122만 원대였던 국내 철강 유통가는 7∼8월 115만 원 안팎으로 떨어졌다가 9월 23일 기준 118만 원으로 높아졌다.

국내 후판 생산량 900만 t선 복귀를 바라던 업계 기대에도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중)판 생산량은 2020년 901만8000t에서 지난해 888만9000t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는 453만8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가 늘었다.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입은 포스코는 12월까지 단계별로 공장을 복원시키며 포항제철소를 정상화할 계획이다. 뉴시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의 생산 차질 물량을 광양제철소에서 일부 대체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후판 물량의 30%를 담당하던 현대제철까지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중국산 후판 등을 대체재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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