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향상” 기업분할 줄잇는데… “개미들 지분만 희석” 우려
신아형 기자
입력 2023-03-14 03:00 수정 2023-03-14 11:23
“물적분할로 알짜만 떼내” 지적에… 작년 하반기 10곳 인적분할 추진
법인세 이연과세 혜택에 서둘러… “기업가치 높이는 전략” 긍정론에
“자사주 마법 탓 대주주 유리” 비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조달 및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 삼아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기업분할은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의 정당한 경영 전략”이라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대주주 지배력은 높아지는 데 반해 소액 주주의 지분은 크게 희석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하나의 기업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 기업분할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떼어낸 신설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는 반면에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회사의 주식을 동일하게 배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적분할을 두고 회사의 알짜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상장하면서 모회사가 지분을 모두 가져가버린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제 기업들은 인적분할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기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인적분할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회사는 10개사에 이른다. 2019년 3곳, 2020년 6곳, 2021년 1곳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무더기로 인적분할에 나선 것이다.
OCI는 OCI홀딩스를 존속회사로, OCI를 신설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주력 사업인 화학 부문을 OCI로 분리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를 존속회사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을 각각 열연사업과 냉연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분리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줄줄이 인적분할에 나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법인세 과세이연이 꼽힌다. 법인세 과세이연이란 기업이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 과세 기한을 늦춰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종료 시점을 올해 말로 연장했다. 인적분할 후 재상장, 현물출자까지 최장 10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적분할에 대한 의결을 마쳐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보니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분주한 셈이다.
인적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은 그동안 저평가됐던 알짜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물적분할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인적분할 역시 결국 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일 뿐 소액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 이른바 ‘자사주 마법’(인적분할 시 자기 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이 일어난다. 자사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인적분할에 나서면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받고 의결권도 살아나,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신설된 회사의 신주를 존속 회사 주식과 맞교환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도 활용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27.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지배주주는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 45.89%, 신설회사 9.08% 지분을 갖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백화점을 인적분할하려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주주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지주사 전환에 실패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자산이 아닌 것으로 보면서 처분 또는 활용할 때는 자산으로 간주하는 일관적이지 않은 체계를 갖고 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사주 마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법인세 이연과세 혜택에 서둘러… “기업가치 높이는 전략” 긍정론에
“자사주 마법 탓 대주주 유리” 비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조달 및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 삼아 기업분할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기업분할은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업의 정당한 경영 전략”이라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대주주 지배력은 높아지는 데 반해 소액 주주의 지분은 크게 희석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하나의 기업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 기업분할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뉜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떼어낸 신설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는 반면에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회사의 주식을 동일하게 배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물적분할을 두고 회사의 알짜 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상장하면서 모회사가 지분을 모두 가져가버린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이제 기업들은 인적분할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기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인적분할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회사는 10개사에 이른다. 2019년 3곳, 2020년 6곳, 2021년 1곳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무더기로 인적분할에 나선 것이다.
OCI는 OCI홀딩스를 존속회사로, OCI를 신설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주력 사업인 화학 부문을 OCI로 분리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동국홀딩스를 존속회사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을 각각 열연사업과 냉연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분리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줄줄이 인적분할에 나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법인세 과세이연이 꼽힌다. 법인세 과세이연이란 기업이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 과세 기한을 늦춰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종료 시점을 올해 말로 연장했다. 인적분할 후 재상장, 현물출자까지 최장 10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적분할에 대한 의결을 마쳐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보니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분주한 셈이다.
인적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은 그동안 저평가됐던 알짜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물적분할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인적분할 역시 결국 대주주의 지배력만 높일 뿐 소액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 이른바 ‘자사주 마법’(인적분할 시 자기 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이 일어난다. 자사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인적분할에 나서면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받고 의결권도 살아나,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신설된 회사의 신주를 존속 회사 주식과 맞교환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도 활용된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2021년 상장기업의 인적분할 144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27.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개인 지배주주는 인적분할 이후 존속회사 45.89%, 신설회사 9.08% 지분을 갖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현대백화점을 인적분할하려던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주주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지주사 전환에 실패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자산이 아닌 것으로 보면서 처분 또는 활용할 때는 자산으로 간주하는 일관적이지 않은 체계를 갖고 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사주 마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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