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터지는 외식비에… 집에서 즐기는 ‘맛집 간편식’ 다시 뜬다

김소민 기자

입력 2022-06-27 03:00:00 수정 2022-06-27 05: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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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RMR 판매 작년보다 21%↑
사미헌 갈비탕-베테랑 칼국수 등 지역 맛집 밀키트 꾸준히 인기
고급 호텔 요리도 밀키트로 구현
워커힐, ‘고메 밀키트’ 3종 출시… 조선호텔, 삼계탕 등 3종 선보여


신세계푸드는 냉면 2인분을 1만 원대에 해결 가능한 ‘올반 봉밀가 평양식 메밀국수’를 선보였다. 각 사 제공

직장인 김모 씨(34)는 평양냉면 맛집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는 ‘평양냉면 마니아’다. 하지만 최근 유명 평양냉면 체인점 가격이 1만5000원까지 오르면서 예전처럼 선뜻 사 먹기 어려워졌다. 김 씨가 대안으로 찾아낸 건 절반 가격(8000원)에 나온 평양냉면 밀키트. 그는 “조리도 간편하고 맛도 전문점 맛과 비슷해 일주일에 한 번은 먹는다”고 말했다.

급상승한 외식 물가 부담에 전문점 메뉴를 비교적 저렴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간편식(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 인기를 끌고 있다. RMR는 당초 외식이 어려웠던 코로나 기간 맛집 요리를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급성장했는데 코로나 유행이 지난 지금은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협업 레스토랑도 호텔, 미슐랭 레스토랑, 노포 식당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합리적 가격에 전문점 맛
신세계푸드가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유명 맛집과 협업으로 출시한 RMR 10여 종의 판매량을 분석했더니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났다. 외식 물가 급등으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전문점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1일 첫 라이브 방송에서 3000세트가 완판된 ‘올반 봉밀가 평양식 메밀국수’는 냉면 2인분을 1만 원대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주요 외식비는 전년 동기 대비 △자장면(15.6%) △칼국수(10.8%) △냉면(9.9%) △김치찌개(8.0%) △김밥(8.0%) △비빔밥(6.9%) △삼겹살(6.1%) 순으로 올랐다.

마켓컬리 역시 올해 상반기(1∼6월)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부산 ‘사미헌’ 갈비탕, 전주 ‘베테랑’ 칼국수, 서울 ‘이연복 목란’ 짬뽕 등 지역 맛집과 협업한 RMR 상품의 인기가 높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레스토랑 간편식은 검증된 맛을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며 “차별화된 지역 맛집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특급호텔 셰프의 요리를 집에서
간편식 기업 프레시지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와 손잡고 시그니처 채끝 스테이크(위쪽 사진), 트러플 화이트 라구 파스타(아래쪽 사진) 등 밀키트 3종을 출시했다. 각 사 제공
최근에는 지역 맛집뿐만 아니라 고급 호텔 요리를 밀키트로 구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집에서도 고급스러운 홈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인기다. 간편식 기업 프레시지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와 협업해 ‘워커힐 고메 밀키트’ 3종(쉬림프 비스크 리조또, 시그니처 채끝 스테이크, 트러플 화이트 라구 파스타)을 출시했다. 워커힐 호텔 셰프들이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실제 호텔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와 워커힐 호텔만의 비법 레시피, 시그니처 소스 등을 그대로 구현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집에서 특별한 미식 경험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커져 차별화된 RMR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조선호텔 삼계탕 등 신제품 3종을 SSG닷컴을 통해 출시했다. 중탕이나 전자레인지 조리만으로도 특급호텔 주방에서 나온 일품요리의 맛을 간편하게 재현할 수 있다. 2020년 첫선을 보인 조선호텔 유니짜장은 호텔 중식 고유의 고급스러운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출시 한 달 만에 2만 개 넘게 판매됐다. 올해 1월 출시한 칠리새우, 깐풍기, 소불고기, 나가사키 짬뽕 등도 출시 3개월 만에 3만 개 이상 판매됐다.
○ 지역명·특색 살린 상품 인기
RMR의 인기 비결은 원조 맛집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다는 데 있다. 그냥 골뱅이보다는 ‘을지로’ 골뱅이, 그냥 스테이크보다는 ‘남영동’ 스테이크 등 대표적인 먹자골목의 맛과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게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밀키트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에서도 두루 확인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프레시몰이 올해 상반기 판매 상품을 분석한 결과 ‘지리산 산골1+ 등급란’, ‘용두동 할매주꾸미’ 등 지역명과 특징을 내세운 브랜드 상품의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 ‘지리산 산골1+ 등급란’은 3월 도입 이후 7만여 개가 판매되며 대기업 브랜드가 주를 이룬 계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30만 개 넘게 팔린 ‘용두동 할매주꾸미’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일대 주꾸미 골목의 지명도 효과를 톡톡히 본 상품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이 특별한 느낌의 상품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커지고 있다”며 “지역명과 특징을 살린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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