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백신예약 사이트 연이은 먹통에… 20대 자녀들이 밤새 클릭 ‘대리 예약’

유채연 기자

입력 2021-07-22 03:00 수정 2021-07-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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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노하우 공유
새벽까지 대기하다 어렵게 성공
친구 부모 대신 10명 예약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오류가 며칠째 이어지는 가운데 50대인 부모를 대신해 20대 자녀들이 백신 예약을 해주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생 김민재 씨(23)는 50∼52세 대상 백신 사전예약이 시작되는 20일 오후 8시를 한 시간 앞두고 백신 예약을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매학기 수강 신청을 하며 ‘광클릭’(마우스를 빠르게 누른다는 뜻)을 해본 경험이 많았지만 아무리 클릭을 해도 4시간 반 넘게 사전예약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았다. ‘접속대기 중’이란 팝업 창만 연거푸 떴다. 예약 대기자는 최대 15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21일 0시 반경 어머니의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의 백신 예약 지원을 위한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익명게시판 ‘에브리타임’에는 “크롬(구글의 웹 브라우저) 창을 여러 개 띄우면 접속이 쉽다”는 등 접속 요령을 담은 글에 수십 개의 추천이 달리는 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백신 사전예약 홈페이지는 20일에도 제대로 접속이 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예약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20일 어머니의 백신 예약을 대신하다가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면 타인의 예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곧바로 친구들에게 연락해 이들의 부모 10명을 대신해 백신 예약을 해줬다.

박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주변 사람부터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만약 시스템이 막혀 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백신 예약을 대신 해줬던 취업준비생 천모 씨(24)는 “가뜩이나 20대의 백신 예약이 늦는데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 등 외부 활동은 멈출 수 없다”며 “혹시라도 나로 인해 부모님이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20대들이 백신 예약을 대신 해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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