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 접종 재개돼도 안전에 의문”… 백신 불신 극복이 과제

김소영 기자 , 김소민 기자 , 최예나 기자

입력 2021-04-09 03:00 수정 2021-04-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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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보류 하루만에 재개 방침… 현장 혼선
‘연기 통보’ 밤늦게까지 전화 돌려…특수-보건교사들 불안감 나타내
전문가 “접종 이득, 부작용보다 커”
당국, 혈전 위험군 가이드라인 준비…1, 2차 다른 백신 교차접종 검토
벨기에-스페인도 접종 연령 제한


중단된 아스트라 접종 8일 서울 성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대기실이 텅 비어 있다. 당초 이날부터 특수학교 종사자와 보건교사 등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예정됐지만 전날 정부가 잠정 보류를 결정하면서 일정이 취소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내일(9일) 섬마을 보건선생님이 다 같이 배 타고 나와 접종받을 예정이었는데…. 어떻게 다시 일정을 잡을지 막막하네요.”

8일 인천 옹진군 방역담당 공무원은 지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계획대로면 하루 뒤 보건교사 등 옹진군 내 접종 대상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이를 위해 서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섬 학교 보건교사 10여 명이 어렵게 일정을 맞췄다. 하지만 7일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규 접종을 전격 보류하면서 취소됐다. 이 관계자는 “보건교사들은 섬의 의료 첨병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갑작스러운 접종 보류에 ‘혼란’


백신 접종이 갑자기 보류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혼란이 빚어졌다. 각 지방자치단체 백신 관련 담당자들은 7일 밤부터 접종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소 사실을 알려야 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7일 하루 야근했는데도 연락을 끝내지 못해 오늘도 전화를 걸고 있다”며 “나중에 접종이 재개돼도 (불안감 때문에) 동의했던 분들이 다시 취소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접종 대상이었던 교사들은 당일 휴가를 사용하려다 접종이 미뤄지면서 이를 취소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나중에 백신 접종이 재개돼도 과연 안전하겠냐는 걱정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여건상 이미 접종이 시작된 지역에서는 행여 교사들이 문제를 삼을까 교육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등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접종 준비가 빨랐던 탓에 2일부터 특수교육, 보육교사에 대한 접종이 이뤄져 왔다.

○ 접종 재개 방침…혈전 관리 강화


접종 보류를 결정한 지 하루 뒤인 8일 정부는 “접종 재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검토 과정을 거쳐 11일 최종 결정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접종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르면 12일 다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특이 혈전증 부작용은 매우 드물고 백신 접종이 주는 전체적 이득이 부작용 위험성보다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부작용도 분명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백신을 아예 안 쓰진 않는다”며 “CVST도 극히 드문 부작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혈전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능동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혈전치료제 복용자 등 혈액질환자에 대한 세부 접종 가이드라인도 내놓을 방침이다. 또 백신 부작용 논란이 커질 경우 1차와 2차 접종 때 각각 다른 백신을 맞는 ‘교차 접종’도 검토하기로 했다.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60세 미만에 대해 2차 접종은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으로 받을 것을 권고했다.

5월 중순 이후로 잡혀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일정을 앞당기고 이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60대 이상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이득이 위험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 유럽선 아스트라제네카 ‘연령 제한’ 잇달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드물게나마 혈전 생성과 연관이 있다는 유럽의약품청(EMA) 발표 이후 유럽 국가들은 해당 백신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벨기에 보건당국은 7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56세 이상에게만 접종하기로 했다. 일단 4주간 이 방침을 유지한다. 스페인 역시 ‘60∼65세’ 연령층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프랑스 등은 이미 고령층 대상 접종만 허용하고 있다. 호주도 5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국내 접종이 재개돼도 백신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장차 집단면역 실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백신 접종의 위험보다 이익이 훨씬 큰데도 불안감이 커지는 과정에서 접종을 피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대신 화이자 등 다른 백신의 물량 확보에 나설 경우 글로벌 수급난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다.

김소영 ksy@donga.com·김소민·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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