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지 않았는데 화상? 찜질하려다 피부속까지 덴다

전주영 기자

입력 2019-11-28 03:00:00 수정 2019-11-28 11: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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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보다 큰코다치는’ 겨울철 저온화상

베스티안 오송병원 문덕주 원장이 찜질팩으로 인해 종아리 부위에 저온화상을 입은 여성을 치료하고 있다. 베스티안병원 제공
직장인 김지영(가명·31·여) 씨는 최근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왼쪽 허벅지 부근에 커다란 물집이 잡혀 있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전날 밤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해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황토찜질팩을 껴안고 잤던 게 화근이었다. 찜질팩이 잠덧을 하느라 허벅지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심재성(深在性) 2도의 저온화상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새벽에 허벅지가 따끔따끔하다는 느낌은 들었던 것 같은데 계속 자다 봉변을 당했다”며 “뜨거운 물이나 불이 아니라 항상 쓰던 찜질팩에 화상을 입었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 피부 깊숙이 서서히 익어 더 위험

저온화상은 40∼50도 사이 온도에 피부를 지속적으로 노출할 때 생기는 화상이다. 뜨거운 물체가 닿으면 반사적으로 피하지만 저온화상은 뜨겁다는 자각증상이 없다. 일반 화상과는 달리 화상을 입는 동안 별다른 통증이 없다.


저온화상 환자는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반부터 급증해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다. 쌀쌀하지만 보일러를 틀자니 비용 부담이 있고 추위도 심하지 않아 핫팩이나 전기장판, 온수매트 등으로만 생활하다 저온화상을 입게 된다. 최근에는 USB포트로 충전해 온도 조절이 어려운 휴대용 핫팩이나 매트를 쓰다 저온화상을 입는 환자가 늘고 있다. 27일 화상 전문 베스티안 병원에 따르면 2017∼2018년 이 병원에서 치료한 저온화상의 원인으로는 핫팩이 35%로 가장 많았고 전기장판이 20%였다. 이어 찜질용품, 뜸, 온열기 순이었다.

베스티안 오송병원 문덕주 원장은 “뜨거워서 간지러운 증상이 통증의 약한 단계인데 이 단계가 지나면 ‘적응했나 보다’ 생각하지만 사실은 저온화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열이 피부 속으로 서서히 침투해 표면은 괜찮아 보여도 안쪽 피부조직이 상하는 것이다.

○ 술 마시고 잠들었을 때 주의

잠이 들면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전기장판이나 찜질팩에 오래 노출돼 저온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추워져 몸을 녹이려고 술을 한잔 하거나 송년회에서 과음한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깊은 잠에 빠지기 때문이다.

감기약을 먹고 깊게 잠들 때도 온열기에 의한 저온화상을 주의해야 한다. 영하의 날씨에 오래 야외 활동을 하다 실내로 들어오면 온도가 높은 바닥에 누워도 뜨겁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런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전기장판 내부에는 너무 온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열을 차단하는 감지선이 있지만 오래되면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다. 핫팩은 수시로 부위를 옮겨가며 사용해야 한다. 핫팩은 개봉해서 흔들어 열이 나면 70도까지 올랐다가 차츰 낮아져 평균 40∼50도를 유지한다. 야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만큼 추워서 피부 감각이 없어진 것인지, 핫팩으로 피부가 익은 것인지 빨리 알아채기 어렵다. 책상 아래 전기난로를 두고 일하는 사무직도 조심해야 한다. 다리 가까이에 난로를 놓고 장시간 사용하면 전기난로 열선 모양의 거뭇거뭇한 자국이 다리에 생길 수 있다.

저온화상을 예방하려면 온열제품을 사용할 때 가렵거나 따끔할 때 바로 전원을 꺼야 한다. 전기매트나 온수매트는 반드시 얇은 이불을 위에 깔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온열 전기난로를 켤 때는 적어도 1m 이상 거리를 둬야 하며 타이머를 쓰면 안전하다. 핫팩은 피부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저온화상을 예방하는 길이다.


○ 치료 늦으면 피부이식 수술까지

일반 화상은 외관상 심각해 보여 빨리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저온화상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병원을 찾더라도 치료하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별다른 통증이 없어 화상을 입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며칠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저온화상을 입으면 피부 속에서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면서 표피와 진피는 물론이고 지방층까지 손상된다.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띤다. 보통 엉덩이나 허벅지처럼 전기매트에 직접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긴다.

노인들은 피부가 얇아 열이 피부심부층(深部層)까지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들수록 말초신경이 퇴화해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가 많아 저온화상의 위험이 더 높다. 당뇨를 비롯해 내과적 만성 질환이 있으면 화상 상처가 깊어 잘 낫지 않아 수술을 통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문 원장은 “저온화상은 고온화상보다 상처 부위가 넓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보고 스스로 치료해 보려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3도 화상이어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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