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통신망 차단됐다면…대체 수단 있나

뉴시스(신문)

입력 2024-12-04 16:45 수정 2024-12-04 16:4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계엄령 사태에 통신망 두절·표현의 자유 제한 불안감 증폭
계엄령 선포 당시 검열 어려운 텔레그램·VPN ‘디지털 피난’ 행렬
통신망 차단 등 통신 제한 조치? 현실 가능성 낮아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4.12.04. amin2@newsis.com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했다. ‘한밤중의 헤프닝’으로 끝나기엔 국민들은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온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국민들은 통신과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메신저 서비스가 검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 이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카페 서비스 일시 장애 외에는 네트워크 차단은 없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도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통신 트래픽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네이버카페·블라인드 모바일 앱과 뉴스 댓글창 서비스 등이 접속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은 전화, 인터넷 등 통신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정부가 SNS, 메신저 등 인터넷상의 정보를 모니터링해 검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계엄령이 선포된 후인 전날 밤 다수 시민들이 텔레그램 등 해외 기반 서비스로 이동하는 ‘디지털 피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텔레그램은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3위로 급등했다. 텔레그램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 기반‘ 비밀 대화 서비스를 운영해 높은 보안성을 가진 메신저다. 지난 2014년 불거진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함께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사용 사례가 속속 알려지며 국내 이용자가 늘었다.

일부 시민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VPN(가상사설망)을 설치해 자신의 IP(인터넷 프로토콜)을 숨기기도 했다. 실제로 전날 새벽 1시경 앱스토어에서 닌자VPN 3위, 유니콘 HTTPS은 12위 등 순위가 상승했다.


◆계엄령 발효 시 통신 기본권 제한

계엄령과 관련한 통신 검열 사례는 여러 국가에서 나온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령이 확대되면서 언론, 출판, 보도 및 방송에 대한 사전 검열이 강화됐다. 지난 2019년에는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 지역에 사실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치안이 불안한 지역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인터넷, 유선전화 등 민간 통신망을 폐쇄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정부가 통신을 제한할 근거도 있다. 헌법 제37조 2항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언론·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 것으로, 특정 위기 상황에서 통신 제한의 근거가 될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 85조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전시·사변·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중요 통신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하거나 정지할 것을 명할 수 있다.

통신 검열이나 감청에서 더 나아가 대통령이 이동통신사에 명령을 내리면 코어망 차단 등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음성 통화, 문자 메시지, 인터넷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계엄령 선포 시 통신망 차단은 현실성이 낮다는 의견을 다수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전문가는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우리 정부가 통신망을 원천 차단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아 보인다”면서도 “현행법에 통신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단, 어느 범위까지 제한 조치가 가능한 것인지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 궤도 형성해 통신 제공 ’위성통신‘이 대안?…“정부 요청 시 이용 어려워”

만약 통신 제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 위성 무선 통신이 대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대표적이다. 지상 기지국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인터넷을 제공하며, 지연속도가 짧고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특정 국가의 통신 인프라와 무관하게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하다. 지상 인프라가 파괴된 지역에서 필수적인 통신 수단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아직 국내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는 상용화되지 않았으나 과기정통부가 최근 ‘간이 무선국·우주국·지구국의 무선설비 및 전파탐지용 무선설비 등 업무용 무선설비의 기술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서비스 초읽기에 들어갔다. 관련 행정절차를 거치면 스타링크가 국내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게 됨에 따라 내년 상용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계엄령 상황에서는 위성통신도 대체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위성통신포럼 집행위원장인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계엄령은 전쟁이나 큰 재난 상황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 통제와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타링크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승인 받은 상황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정부가 요청하면 스타링크 서비스도 제한될 수 있다”며 “애초에 스타링크가 서비스를 허가 받을 때 정부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9월 브라질 당국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두고 소유주인 머스크 CEO와 갈등이 깊어지면서 엑스를 차단한 데 이어 스타링크의 중단도 시사한 바 있다.

스타링크 등 위성통신 이용자가 정부 제재를 우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충구 교수는 “러시아처럼 스타링크 단말기를 밀반입해 통신하는 불법적인 방법이 있다”라면서도 “사실상 정부가 통신을 아예 막겠다는 상황이라면 이를 우회할 수단은 합법적으로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신망 차단 시 또 다른 대체수단으로는 아마추어 무선 라디오(햄·HAM)가 있다. 아마추어 무선은 일정한 시험 절차를 거쳐 국가로부터 자격증을 획득한 개인·단체가 적법한 기준의 무선설비를 갖춰 라디오 음성을 통해 자유롭게 통신하는 활동이다. 국가적 재해로 인해 일반 유선전화, 휴대전화 등의 통신수단이 두절될 경우 아마추어 무선 햄은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통신수단으로 꼽힌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