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4시간 ‘배달 중’… ‘더 빠르게’ 속도 경쟁도 치열
특별취재팀
입력 2021-06-29 03:00 수정 2021-09-01 10:54
[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3〉외식보다 커진 배달 시장
올해 1분기 격차 더 벌어져… 전국으로 ‘배달 경제’ 퍼져
프리랜서 강사 명중호 씨(53)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뒤 서울 성동구 일대에서 하루 6시간씩 25건 정도의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그는 “절박한 상황에서 배달 일이 고마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28일 신한카드, 바이브컴퍼니, 바로고와 공동으로 코로나19 전후 3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D(Delivery)이코노미’(배달 경제)는 이제 한국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축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가 가맹점 매출을 토대로 추산한 전체 카드 소비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배달앱을 통한 주문액은 1조8800억 원으로 오프라인 외식업체 매출(15조6444억 원)의 12%에 이르렀다. 2019년 1분기만 해도 배달앱 주문액은 외식업체 매출의 3.27%에 불과했지만 올해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 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배달 관련 소비는 1년 전보다 평균 73% 증가했다. 정부 공식 데이터에서도 같은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규모는 17조3300억 원으로 2019년보다 78% 늘었다.
서울 중심이던 배달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한편 주말과 저녁에 편중됐던 주문 시간대는 평일과 낮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인은 1년 내내 ‘배달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강욱 보스턴컨설팅그룹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는 “배달경제가 처음에는 음식에서 시작됐지만 패션, 뷰티 등 소비재를 1∼3시간 이내에 전해주는 ‘퀵커머스’ 형태로 급격히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161m² 규모의 배달 전문 매장은 홀 없이 주방 설비로만 가득 차 있었다. 요리사 6명이 한 스타트업 업체에 보낼 덮밥류를 만들어 대형 보온가방에 넣었다. 포장이 끝나자 대기하던 배송기사가 가방을 잽싸게 들고 나갔다. 이 매장의 김하나 점장은 “간단히 식사하고 개인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소규모 회사에서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유주방에 입점한 식당 13곳 역시 밀려드는 주문으로 분주했다.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홀 영업이 안 되다 보니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상당수 들어와 있다”며 “테이크아웃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배달 주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도심 곳곳이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배달 격전지’로 변하고 있다. 배달 생태계인 ‘D-이코노미’가 생활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한 셈이다.
배달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주문 지역과 시간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배달대행 업체인 바로고에 따르면 점심 피크시간인 오전 10시∼오후 1시의 배달 비중은 지난해 22.6%로 전년(19.5%)보다 3%포인트가량 늘었다. 반면 저녁 피크시간으로 통했던 오후 5∼8시의 배달 비중은 2019년 45%에서 지난해 43.7%로 줄었다.
지역별로 지난해 배달 주문 건수 증가율은 울산(179%), 대구(148%), 강원(131%) 등의 차례로 높았다.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발달했던 배달 문화가 전국화한 셈이다.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플랫폼 노동자는 약 22만 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배송노동자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배민 커넥트’ ‘쿠팡 플렉스’ ‘GS 우리동네 딜리버리’ 등 비정기 배달까지 치면 관련 종사자 수가 20만 명 이상일 것으로 본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40)도 코로나19로 공장 잔업이 줄면서 부업으로 한 달에 4, 5회 정도 배달 일을 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일감이 줄어든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배달업에 참여한 결과 새로운 고용 영역이 생겼다”고 말했다.
빠른 배달은 소비재 전반에서 ‘퀵커머스’로 진화 중이다. 일주일에 3, 4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직장인 임정민 씨(24·서울 영등포구)는 밀키트나 조리식품을 살 때도 일반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라 배달의민족의 비마트를 이용한다. 비마트는 이륜차 배송망을 이용해 일상 소비재 7000여 개를 30분 안에 배달한다. 도심에 소규모 점포를 둔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도 잇따라 퀵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이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 D2C(Direct to Consumer) 등 신생 비대면 소비 전체가 ‘퀵커머스’라는 뉴노멀을 향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사 위주 탈피 디저트 배달 늘어
“토기 안에 면보로 덮인 오리가 있어서 놀랐어요.”
최근 한 배달앱에 올라온 고객 리뷰다. 이 고객이 리뷰한 음식은 다름 아닌 유황오리진흙구이. 이 오리구이는 특수 제작된 가마에서 섭씨 400도의 온도로 3시간 이상 구워진 뒤 전통 진흙 토기에 담긴 채 배달된다.
코로나19로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배달 음식’ 하면 짜장면, 짬뽕, 치킨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메뉴는 1700만여 개에 이를 정도로 다채로워졌다.
최근엔 식사류뿐 아니라 커피와 디저트가 인기 메뉴로 부각됐다. 바이브의 소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스콘(24위) 브라우니(29위) 스테이크(30위) 등의 메뉴가 인기 메뉴 30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 케이크(6위) 마카롱(7위) 쿠키(9위) 등 주로 디저트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임은진 씨(25·여)는 “회사에서 회의할 때 하루에 두세 번은 커피와 디저트를 시키는데 요즘은 배달 속도가 빨라서 얼음이 녹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언급된 배달 연관어(전년대비)는 가족모임(267%), 홈파티(204%), 브런치(166%), 생일파티(60%), 회식(36%) 등이었다. 반면 야식(―5%) 언급량은 줄었다. 최하은 바이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에 배달이 주로 ‘야식’을 위한 것이었다면, 배달이 일상화되고 메뉴가 다채로워지면서 파티, 브런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취향도 다변화됐다. 2019년 배달의민족 소비자 중 31.9%가 상위 100개의 메뉴 안에서 주문을 했지만 2020년에는 이 비율이 27.4%로 줄었다. 선택 메뉴가 다양해진 셈이다.
“처우개선-안전망 강화 필요” 지적
‘누구나 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
한 배달업체가 배달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내건 안내문구다. 이 문구처럼 누구나 도보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으로 배달하고 있지만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온 배달원을 보호할 안전망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배달종사자 산재보험금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신청건수는 2275건으로 2018년(618건)의 3.7배로 늘었다.
현재 배달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처우와 안전 문제를 두고 배달업체와 노동자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수수료, 계약기간, 분쟁 해결 절차를 포함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뼈대로 하는 플랫폼종사자보호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물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는 “배달 산업이 계속 커지며 많은 일자리를 만들 텐데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이 신산업으로서 수혜를 누리고 있는 만큼 관련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은 플랫폼 기업들이 배달 생태계를 빨리 구축하는 데 급급했지만 배달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은 이제는 안전과 관련된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격차 더 벌어져… 전국으로 ‘배달 경제’ 퍼져
10년 차 배달원 박모 씨(26)가 퇴근시간 오토바이로 배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식당을 방문하는 대신 음식을 앱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배달 없는 삶’을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생 김혜리 씨(24)의 스마트폰에는 모든 배달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려 있다. 일주일에 3, 4일은 이 앱으로 피자, 와플, 커피 등을 주문한다. 여기에 쓰는 돈만 10만 원이 넘는다.프리랜서 강사 명중호 씨(53)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뒤 서울 성동구 일대에서 하루 6시간씩 25건 정도의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그는 “절박한 상황에서 배달 일이 고마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28일 신한카드, 바이브컴퍼니, 바로고와 공동으로 코로나19 전후 3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D(Delivery)이코노미’(배달 경제)는 이제 한국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축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가 가맹점 매출을 토대로 추산한 전체 카드 소비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배달앱을 통한 주문액은 1조8800억 원으로 오프라인 외식업체 매출(15조6444억 원)의 12%에 이르렀다. 2019년 1분기만 해도 배달앱 주문액은 외식업체 매출의 3.27%에 불과했지만 올해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 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배달 관련 소비는 1년 전보다 평균 73% 증가했다. 정부 공식 데이터에서도 같은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규모는 17조3300억 원으로 2019년보다 78% 늘었다.
서울 중심이던 배달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한편 주말과 저녁에 편중됐던 주문 시간대는 평일과 낮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인은 1년 내내 ‘배달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강욱 보스턴컨설팅그룹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는 “배달경제가 처음에는 음식에서 시작됐지만 패션, 뷰티 등 소비재를 1∼3시간 이내에 전해주는 ‘퀵커머스’ 형태로 급격히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배달 공식’ 점심주문 늘고 저녁 줄어… 작년 73% 급성장
한국은 24시간 ‘배달 중’2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161m² 규모의 배달 전문 매장은 홀 없이 주방 설비로만 가득 차 있었다. 요리사 6명이 한 스타트업 업체에 보낼 덮밥류를 만들어 대형 보온가방에 넣었다. 포장이 끝나자 대기하던 배송기사가 가방을 잽싸게 들고 나갔다. 이 매장의 김하나 점장은 “간단히 식사하고 개인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소규모 회사에서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유주방에 입점한 식당 13곳 역시 밀려드는 주문으로 분주했다. 한 직원은 “코로나19로 홀 영업이 안 되다 보니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상당수 들어와 있다”며 “테이크아웃이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배달 주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도심 곳곳이 시간을 가리지 않는 ‘배달 격전지’로 변하고 있다. 배달 생태계인 ‘D-이코노미’가 생활 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한 셈이다.
○ 낮 시간대와 지방으로 배달 영역 확장
경기 과천시에서 국숫집을 하는 김모 씨(49)는 코로나19로 홀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배달을 시작했다. 퍼지기 쉬운 국수를 배달시키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지금은 매출의 30%가 배달 주문이다. 그는 “한때 홀 손님이 열 명도 안 돼 공과금도 못 낼 정도였다”며 “배달이 아니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주문 지역과 시간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배달대행 업체인 바로고에 따르면 점심 피크시간인 오전 10시∼오후 1시의 배달 비중은 지난해 22.6%로 전년(19.5%)보다 3%포인트가량 늘었다. 반면 저녁 피크시간으로 통했던 오후 5∼8시의 배달 비중은 2019년 45%에서 지난해 43.7%로 줄었다.
지역별로 지난해 배달 주문 건수 증가율은 울산(179%), 대구(148%), 강원(131%) 등의 차례로 높았다. 서울 강남권 중심으로 발달했던 배달 문화가 전국화한 셈이다.
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플랫폼 노동자는 약 22만 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배송노동자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배민 커넥트’ ‘쿠팡 플렉스’ ‘GS 우리동네 딜리버리’ 등 비정기 배달까지 치면 관련 종사자 수가 20만 명 이상일 것으로 본다. 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40)도 코로나19로 공장 잔업이 줄면서 부업으로 한 달에 4, 5회 정도 배달 일을 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일감이 줄어든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배달업에 참여한 결과 새로운 고용 영역이 생겼다”고 말했다.
○ ‘빠르게, 더 빠르게’ 치열해지는 속도 경쟁
배달에서 소비자들이 원한 건 맛보다 속도였다. 바이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소비자들이 배달과 관련해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은 ‘빠르다’로 전년보다 사용 빈도가 48.2% 늘었다. ‘맛있다’라는 표현의 사용 빈도 증가율(38.8%)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등에 대한 학습 효과로 ‘신속성’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빠른 배달은 소비재 전반에서 ‘퀵커머스’로 진화 중이다. 일주일에 3, 4번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직장인 임정민 씨(24·서울 영등포구)는 밀키트나 조리식품을 살 때도 일반 이커머스 업체가 아니라 배달의민족의 비마트를 이용한다. 비마트는 이륜차 배송망을 이용해 일상 소비재 7000여 개를 30분 안에 배달한다. 도심에 소규모 점포를 둔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도 잇따라 퀵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이커머스와 라이브커머스, D2C(Direct to Consumer) 등 신생 비대면 소비 전체가 ‘퀵커머스’라는 뉴노멀을 향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리진흙구이도 가능” 배달메뉴 1700만개
토기 안에 면보로 싸 집앞까지식사 위주 탈피 디저트 배달 늘어
“토기 안에 면보로 덮인 오리가 있어서 놀랐어요.”
최근 한 배달앱에 올라온 고객 리뷰다. 이 고객이 리뷰한 음식은 다름 아닌 유황오리진흙구이. 이 오리구이는 특수 제작된 가마에서 섭씨 400도의 온도로 3시간 이상 구워진 뒤 전통 진흙 토기에 담긴 채 배달된다.
코로나19로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배달 음식’ 하면 짜장면, 짬뽕, 치킨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배달의민족에 등록된 메뉴는 1700만여 개에 이를 정도로 다채로워졌다.
최근엔 식사류뿐 아니라 커피와 디저트가 인기 메뉴로 부각됐다. 바이브의 소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스콘(24위) 브라우니(29위) 스테이크(30위) 등의 메뉴가 인기 메뉴 30위 안에 새로 진입했다. 케이크(6위) 마카롱(7위) 쿠키(9위) 등 주로 디저트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임은진 씨(25·여)는 “회사에서 회의할 때 하루에 두세 번은 커피와 디저트를 시키는데 요즘은 배달 속도가 빨라서 얼음이 녹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언급된 배달 연관어(전년대비)는 가족모임(267%), 홈파티(204%), 브런치(166%), 생일파티(60%), 회식(36%) 등이었다. 반면 야식(―5%) 언급량은 줄었다. 최하은 바이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에 배달이 주로 ‘야식’을 위한 것이었다면, 배달이 일상화되고 메뉴가 다채로워지면서 파티, 브런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취향도 다변화됐다. 2019년 배달의민족 소비자 중 31.9%가 상위 100개의 메뉴 안에서 주문을 했지만 2020년에는 이 비율이 27.4%로 줄었다. 선택 메뉴가 다양해진 셈이다.
배달기사 표준계약서 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중
산재보험금 신청 2년새 3.7배↑“처우개선-안전망 강화 필요” 지적
‘누구나 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
한 배달업체가 배달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내건 안내문구다. 이 문구처럼 누구나 도보나 자전거, 오토바이 등으로 배달하고 있지만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온 배달원을 보호할 안전망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배달종사자 산재보험금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신청건수는 2275건으로 2018년(618건)의 3.7배로 늘었다.
현재 배달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처우와 안전 문제를 두고 배달업체와 노동자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수수료, 계약기간, 분쟁 해결 절차를 포함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뼈대로 하는 플랫폼종사자보호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물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근 삼영물류 대표는 “배달 산업이 계속 커지며 많은 일자리를 만들 텐데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이 신산업으로서 수혜를 누리고 있는 만큼 관련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은 플랫폼 기업들이 배달 생태계를 빨리 구축하는 데 급급했지만 배달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은 이제는 안전과 관련된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 팀장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취재 황태호 사지원 이지윤 기자 ▽ 사진 양회성 기자 ▽ 그래픽 김수진 기자 ▽ 편집 양충현 홍정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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