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IT인재 ‘연봉 배틀’… 크래프톤, 2000만원 파격 인상

신동진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2-26 03:00:00 수정 2021-02-26 0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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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인재 확보하고 유출 막아라”… 1, 2위 넥슨-넷마블보다 더 올려
업계 첫 초봉 6000만원 시대 열어
중소 업체 한숨… 대기업도 긴장
“게임산업 경쟁력에 도움” 전망도



개발자 인력난에 시달리는 게임업계에서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한 연봉 인상 경쟁이 도미노처럼 진행되고 있다. ‘초봉 5000만 원’ 선언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초봉 6000만 원’ 시대가 열렸다. 정보기술(IT) 분야 인재 유치로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의 인력 유출 등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들도 IT업계로의 인력 쏠림을 경계하는 등 채용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5일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사내 소통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2000만 원, 1500만 원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대졸 신입사원 기준으로 개발자 초봉은 6000만 원, 비개발자 5000만 원으로 게임업계 최고 수준이 됐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부터 인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도전을 통해 구성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은 개발자 유출을 막기 위한 ‘집토끼 지키기’ 성격이 짙다. 인재 채용 경쟁자인 쿠팡은 지난달 신입 개발자에게 최고 연봉 6000만 원을 내걸고 5년 차 이상 개발 경력자 채용에는 입사 보너스 5000만 원을 제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봉 인상과 함께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나눠 줬다. 이에 뒤질세라 이달 초 게임업계 1, 2위인 넥슨과 넷마블이 일주일 간격으로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씩 일괄 인상하며 ‘초봉 5000만 원’ 시대를 열었다. 크래프톤은 매출 기준으로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에 이어 빅4 게임사다. 엔씨소프트는 아직 구체적인 인상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소 800만∼1000만 원 수준의 인상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견 게임사인 컴투스와 게임빌도 연봉 800만 원 인상으로 ‘키 맞추기’에 들어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의 연쇄 임금 인상은 개발자 처우가 좋기로 소문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로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는 방어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47.9%가 채용 시 겪는 어려움 1순위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연봉 인상이 업계 전반으로 이어지면 보상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개발자들의 게임사 이직 행렬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의 대졸 사무직 평균 초봉은 3347만 원인데, 개발직군 기준으로 넥슨과 넷마블은 이보다 49%, 크래프톤은 79%나 더 많다. 국내 대기업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초봉은 50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류산업으로 평가받지 못했던 게임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수 인재 확보는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도 IT·게임업계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주력 사업은 게임산업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개발 인력들이 이직에 자유롭고, 연봉 및 기업문화와 관련해 서로 정보 교류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조직 내 연봉 및 성과급 등 처우 개선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취업준비생들의 취업 선호도에서 대기업이 뒤로 밀리고,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를 놓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잡코리아가 올해 상반기(1∼6월) 취업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 130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카카오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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