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손 소독제 ‘품귀’도 길어진다…공급 < 수요 지속
뉴스1
입력 2020-02-27 11:02 수정 2020-02-27 11: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손소독제 앞을 지나고 있다. 2020.2.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다시 손 소독제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 소독제는 마스크와는 달리 일반 소비자들은 평소 잘 쓰지 않는 제품이어서 무작정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손 소독제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 소독제는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품귀 현상을 보였다. 이후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가 재고 확보에 적극 나섰고 확진자가 주춤하면서 잠시 숨통이 틔였다. 하지만 ‘신천지발’(發) 대규모 전염 사태 이후 또다시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와 옥시레킷벤키저 등 손 소독제 수입·판매사는 물론 국내 제조·판매사 역시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손 소독제 공급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수요에 비해서는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공급 기반 자체가 넓지는 않아서 여유롭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 역시 “국내 재고에 더해 글로벌 차원에서 수급 조정을 해서 극히 제한된 수량을 가지고 (판매)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금요일부터는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스크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지거나 황사철에는 소비자들이 항상 찾는 제품이다. 반면 손 소독제는 평소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제품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금 당장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해서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어렵다. 무작정 생산시설을 늘렸다가는 나중에 공장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증산하려면) 누군가는 투자를 해야 할 텐데 수요가 한정된 산업이어서 나서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물량이) 부족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면 수요처가 없어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존 제조 업체의 손 소독제 생산을 늘리기 위해 주류와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는 에탄올을 손 소독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시 허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1일 ‘외용으로 사용하는 손소독제에 한해 95% 에탄올이 발효 주정을 기원으로 하고, 허가(신고)증의 규격시험에 적합한 경우 이 에탄올을 의약외품 손소독제의 제조에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련 제조 업체에 보냈다.
이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9일 손 소독제 제조 업체를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애로사항을 식약처에 전달한 뒤의 후속 조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주 원료인 에탄올과 공병, 펌프, 스티커 등 기타 부자재 수급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에탄올 수급량이 그렇게 부족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공장들이 에탄올을 쟁여 놓기 시작했다”며 “우리 같은 영세 업체는 재고를 쌓아놓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물량 확보보다는 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정 업체가 매점매석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물량을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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