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도 보이네” 중국 게임들의 광고 폭격[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입력 2024-04-19 10:00 수정 2024-04-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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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군림하고 있던 엔씨 소프트의 리니지M 하지만 최근 이 리니지M이 중국 게임들에게 꺽이면서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처음에 방치형 장르인 버섯커 키우기가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신작의 일시적인 돌풍처럼 보였지만, 그 뒤로 라스트 워 서바이벌,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까지 돌아가면서 한국 구글 플레이어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공습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 기업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버섯커 키우기는 3달여만에 약 97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으며, 특히 매출의 66%에 달하는 6400만 달러를 한국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출 상위권을 장악한 중국 게임들_출처 구글플레이스토어
MMORPG 장르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출시 이후 7년간 계속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리니지M까지 긴장시키고 있는 이 중국 게임들의 공통점은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플레이스토어 등 광고가 있는 곳이라면 자주 모든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워낙 광고가 많이 나오다보니, 게임 이름을 몰라도 광고 설명을 들으면 “아 그 게임”이라고 할 정도이며, 심지어는 인앱 광고가 들어가 있는 다른 게임에서도 이 게임들의 광고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버섯커키우기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을 다시 광고로 재투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했다고 합니다.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45%, 애플 앱스토어의 76%의 다운로드가 ‘버섯커키우기’가 포함된 키워드 검색을 통해 발생했다고 하네요.

중국 게임들의 광고 폭격_출처 페이스북
결과론적으로는 성공을 하긴 했지만, 엄청나게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이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처럼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일수록 더 많은 이득을 올릴 수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시스템들 때문입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MMORPG 장르의 경우 소수의 고래(많은 과금을 하는 고레벨 랭커들)들이 대부분의 매출을 올려주는 형태이지만,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게임, 특히 방치형 장르의 경우에는 설치한 이들이 결제를 하지 않아도 게임사가 이득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뒀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 인앱 광고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있기 때문에, 결제를 하지 않은 이들도 보상을 위해 광고를 클릭하게 되면 게임사가 광고 수익을 버는 거대한 광고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무과금 이용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광고 보는 시간이 아까워서 광고 제거 상품을 구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과금 이용자로 전환되게 됩니다.

광고를 보면 보상이 늘어나고, 귀찮으면 광고 제거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_출처 버섯커키우기
여기까지만 보면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영리한 마케팅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마케팅이 과열되면서, 각종 표절은 기본이고, 허위 광고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버섯커키우기만 하더라도 원피스와 토토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연상하게 만드는 광고로 논란이 됐으며, 최근에 출시된 SPGAME의 세라 이터널스 같은 경우에는 사이버펑크2077 영상에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짜깁기해서 실제 게임 플레이화면인 것처럼 허위 광고를 진행해 논란이 됐습니다.

2가지 선택지 중 유리한 것을 골라서 밀려오는 좀비들을 퇴치하는 광고로 유명한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슈팅 게임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 장면은 가끔 등장하는 미니 게임에 불과하고, 실제 게임 플레이는 자신의 영지를 건설하고 키우는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 게임들의 허위, 표절 광고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에 지사도 없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이며, 돈만 내면 노출해주는 SNS 광고 위주이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도 없습니다. 표절, 허위 광고 문제로 해당 플랫폼에 신고가 누적되면, 해당 광고를 내리면 그만입니다.

사이버펑크2077을 무단 도용한 세라 이터널스 광고_출처 SPGAME
현재 게임 광고 규제는 문화체육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위반할 경우 광고 삭제 요청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표시광고법에 따라 제재를 할 수 있지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합니다. 지난 2022년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허위광고를 고의적, 반복적으로 하는 게임은 광고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를 서비스 중지시킬 수 있는 허위광고게임 금지법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국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폐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 역시 국내에 지사가 없는 해외 게임사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 역차별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들도 해외에 진출해 많은 이득을 벌고 있으니,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어가는 것을 문제삼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국내 게임사들이 역차별을 받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해보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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