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차양막 띄워 햇빛 차단? 기후변화 대응에도 우주기술 활용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3-02-13 03:00 수정 2023-02-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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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심화로 ‘우주 차양막’ 주목
美유타대 달표면 먼지 활용 제안
태양 향해 흩뿌리면 햇빛 1.8% 감소
기포-거울 등도 아이디어로 등장


우주 차양막으로 햇빛을 막는 구상을 상상도로 나타냈다. 플래니터리 선셰이드 파운데이션 제공

미국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우주 먼지를 활용하는 구상을 내놨다. 우주 공간에서 먼지로 ‘차양막’을 만들어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닿는 햇빛을 일부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구로 향하는 햇빛의 약 1∼2%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저민 브롬리 미국 유타대 물리천문학과 교수와 스콧 케니언 미국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관측소 연구원 팀은 이 같은 분석을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에 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우주에 차양막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얼리 제임스 당시 미국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 연구원이 1989년 국제학술지 ‘브리티시성간협회저널’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구현 방법을 내놓지 못해 아이디어 차원에 그쳤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지자 우주 공간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연구가 더 활발해졌고, 우주 차양막 이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구 아닌 달 표면 먼지로 차양막 활용”
달에서 먼지를 발사하는 구상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미국 유타대 제공
유타대-스미스소니언 공동연구팀의 제안은 30여 년 전 제임스 연구원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구상이다. 제임스 연구원은 당시 달 암석에 포함된 소재로 2000km 길이의 얇은 유리 차양막을 우주에 설치하면 지구로 오는 햇빛의 1.8%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공동연구팀은 달 표면의 먼지를 태양을 향해 흩뿌려 차양막을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지구에서 먼지를 보급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달 먼지 고유의 특성이 차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했다.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약 150만 km 떨어진 제1라그랑주점(L1)에 우주 차양막을 설치한다는 것은 기존 아이디어와 동일하나 달의 먼지를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공동연구팀은 또 달에 세워질 우주정거장이나 정착지에서 직접 달의 먼지를 발사해 L1으로 보낼 수 있는 최적의 궤적도 도출했다.

지구에서 먼지를 L1으로 보낼 경우 태양풍이나 중력에 의해 먼지가 쉽게 경로를 벗어나는 데 반해 달에서 발사하면 L1까지 운반이 용이할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해 7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기포를 차양막으로 쓰는 방법을 제시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막 형태의 기포들로 우주에서 거대한 기포 뗏목을 만드는 방식이다. 물 위 비누거품들이 촘촘히 연결된 형태다. 연구팀은 브라질 크기만 한 우주 기포 뗏목을 만들면 지구로 오는 햇빛의 2%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작은 비행체로 이뤄진 우주 차양막이나 거대한 거울을 우주에 쏘아올려 지구로 오는 햇빛을 반사시키는 ‘우주거울’ 등도 아이디어로 제시되고 있다.
●기후변화 해법 찾으려면 위성 관측 정확도 높여야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우주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유엔과 미국, 영국 등은 이구동성으로 “우주 기술은 기후변화 대응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 양상과 분석도 우주 공간의 위성 덕분에 가능해졌다. 위성은 지구 환경과 기후에 대한 태양의 영향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관측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이 지구 관측용으로 활용 중인 위성만 150여 개, 지구 관측 상업위성은 340여 개에 달한다. 바다와 육지, 얼음, 대기 등 지구를 샅샅이 관측 중이다.

관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도 공을 들인다. 영국 국립우주연구소는 올해 내 차세대 지구 관측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위성은 800km 상공에서도 해수면 온도를 0.2도 범위 안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빅밴에 서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여태껏 발사된 지구 관측 위성 중 가장 정확한 온도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우주 진출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영국 남극자연환경소 연구팀은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레터’에 지구 온도 상승으로 우주 쓰레기 양이 늘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연구팀은 “온도 상승으로 대기 상층의 밀도가 감소되며 지구 대기권에 끌려와 불탔을 우주 쓰레기가 지구 저궤도에 남아 있는 시간이 2000년대에 비해 30% 늘어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우주 쓰레기 충돌 사고도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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