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첫 만남 심경으로 신자들 만나야죠”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5-11 03:00 수정 2020-05-11 03:00
천주교수원교구 용인시 상현동 성당 송영오 신부
7일 찾은 경기 용인시 광교호수로 천주교수원교구 상현동성당 입구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활절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하고,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성경 구절을 담았다. 가톨릭 일선 사목 현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수원교구도 2월 24일부터 약 두 달간 미사가 중단됐다. 송영오 주임 신부(56)를 만나 미사 중단과 재개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1992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인덕원성당 주임 신부와 가정사목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灰)의 수요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며 재를 받으라는 문자를 보냈다. 신자들 이마에 마음으로 재를 드린 거다. 그 뒤 문자들을 보냈는데 성당에 나올 수 없었던 신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 듯하다.”
―미사 중단 당시 사제로서 어떤 생각을 했나.
“사제로서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이 들었다. 독신으로 신자를 위해 봉헌된 삶을 살겠다고 했는데 신자들이 없어진 거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절박함이 느껴졌다. 개신교처럼 개척교회도 아니고, 찾아오는 신자들만 바라보며 안일하게 살아온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지난달 23일 미사가 재개됐다.
“마스크는 썼지만 본당 밖으로 나가 맞이하고 눈인사도 드리고…. 한마디로 행복하더라.”
―신자들 반응은 어땠나.
“신부를 보면서 울컥하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미사를 재개해 성체(聖體)를 받으면서 우는 분들이 많았다. 성당 오면 언제든지 성체를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사목 현장에서 볼 때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신부나 신자 모두 신앙을 되돌아볼 기회가 됐다. 신앙에 대한 절실함이 커진 반면 주일에 성당 가지 않아도 살 수 있구나 하는 나태함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정 내 폭력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루 종일 가족들이 밀착해 있다 보니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부님, 삼시세끼 밥 하려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있더라.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한 일상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미사 중단이 개인적으로는 어떤 시간이 됐나.
“원래 신부들의 삶 자체가 자가 격리인데…(웃음). 사제로서의 첫 마음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첫 마음인가.
“신부들은 서품성구(敍品聖句), 말하자면 사제가 될 때의 모토가 있다. 내 경우는 ‘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이다. 그분의 직업은 천막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다른 영역 사람들과 만나면 그 직업인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그 서품성구를 떠올리며 신자들과 부활의 첫 만남의 심경으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개신교만 부흥사, 부흥 목사님이 있나? 가톨릭도 부흥 신부가 필요하다. 신자들과의 만남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자를 포함한 우리 국민들이 정말 대단하다. 자긍심을 느껴도 되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족의 결속력은 더욱 강해진 것 같은데, 이제 그 마음을 이웃과 지역 같은 넓은 울타리에 대한 사랑으로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수원교구 상현동 본당 송영오 신부는 “코로나19 사태는 큰 고통이지만 신앙과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며 “주님을 만났던 첫 마음, 첫 장소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7일 찾은 경기 용인시 광교호수로 천주교수원교구 상현동성당 입구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활절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기도하고,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성경 구절을 담았다. 가톨릭 일선 사목 현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수원교구도 2월 24일부터 약 두 달간 미사가 중단됐다. 송영오 주임 신부(56)를 만나 미사 중단과 재개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1992년 사제품을 받은 그는 인덕원성당 주임 신부와 가정사목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미사가 중단됐을 때 신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화제가 됐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灰)의 수요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며 재를 받으라는 문자를 보냈다. 신자들 이마에 마음으로 재를 드린 거다. 그 뒤 문자들을 보냈는데 성당에 나올 수 없었던 신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 듯하다.”
―미사 중단 당시 사제로서 어떤 생각을 했나.
“사제로서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이 들었다. 독신으로 신자를 위해 봉헌된 삶을 살겠다고 했는데 신자들이 없어진 거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절박함이 느껴졌다. 개신교처럼 개척교회도 아니고, 찾아오는 신자들만 바라보며 안일하게 살아온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지난달 23일 미사가 재개됐다.
“마스크는 썼지만 본당 밖으로 나가 맞이하고 눈인사도 드리고…. 한마디로 행복하더라.”
―신자들 반응은 어땠나.
“신부를 보면서 울컥하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미사를 재개해 성체(聖體)를 받으면서 우는 분들이 많았다. 성당 오면 언제든지 성체를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사목 현장에서 볼 때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신부나 신자 모두 신앙을 되돌아볼 기회가 됐다. 신앙에 대한 절실함이 커진 반면 주일에 성당 가지 않아도 살 수 있구나 하는 나태함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정 내 폭력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루 종일 가족들이 밀착해 있다 보니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부님, 삼시세끼 밥 하려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있더라.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한 일상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미사 중단이 개인적으로는 어떤 시간이 됐나.
“원래 신부들의 삶 자체가 자가 격리인데…(웃음). 사제로서의 첫 마음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첫 마음인가.
“신부들은 서품성구(敍品聖句), 말하자면 사제가 될 때의 모토가 있다. 내 경우는 ‘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이다. 그분의 직업은 천막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다른 영역 사람들과 만나면 그 직업인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그 서품성구를 떠올리며 신자들과 부활의 첫 만남의 심경으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신자가 그린 송영오 신부의 캐릭터로, 명함과 SNS에 사용한다. 송영오 신부 제공
―신자들과의 절박한 만남인가.“왜 개신교만 부흥사, 부흥 목사님이 있나? 가톨릭도 부흥 신부가 필요하다. 신자들과의 만남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자를 포함한 우리 국민들이 정말 대단하다. 자긍심을 느껴도 되는 것 아닌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족의 결속력은 더욱 강해진 것 같은데, 이제 그 마음을 이웃과 지역 같은 넓은 울타리에 대한 사랑으로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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