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인턴, 부장인턴 시대?…인턴 경험자 만족도 점수 ‘낙제점’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입력 2017-06-12 14:19 수정 2017-06-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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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인크루트 제공

실업자 백만 시대. ‘인턴을 위한 인간(호모인턴)’이라던지 ‘오랫동안 인턴으로 떠돈 탓에 실무능력만큼은 부장급(부장인턴)이 됐다’ 같은 쓰라린 농담이 당연한 듯 회자되는 시대다. 하지만 인턴 근무 환경이 취준생들에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527명을 대상으로 ‘인턴 근무 만족도’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인턴 경험자들의 만족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3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 근무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무려 63%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현재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의견도 17%에 달했다. 이들이 인턴으로 입사하기를 희망했던 이유로는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는 응답이 36%로 가장 높았으며, ‘입사하고 싶은 업종·회사·직무였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18%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인턴 근무를 통해 만족스러운 실무 경험을 얻을 수 있었을까. 인턴 때 주로 맡았던 업무가 무엇이었는지를 묻자 적지 않은 응답자가 ‘서류 정리, 자료 입력 등 단순 사무보조 업무(31%)’를 꼽았다. 사무보조도 아닌 ‘단순 잡무’를 주로 맡았다는 응답자도 12%에 달했다.

반면, 실무에 가까운 일을 했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공 지식이 필요한 일(19%)’, ‘문서 작성 능력이 필요한 일(13%)’, ‘고객응대 및 판매 서비스 등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일(12%)’,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일(8%)’, ‘외국어 실력이 요구되는 일(4%)’ 등이 있었다.

이어 인턴 근무를 통해 응답자들이 느낀 주관적인 만족감에 대해 물었더니 ‘약간 만족했다’는 답변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약간 불만족했다’가 29%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매우 불만족했다’는 답변은 18%, ‘아주 만족했다’는 답변은 15%였다. ‘아주 만족했다’와 ‘약간 만족했다’, ‘약간 불만족했다’, ‘매우 불만족했다’ 4가지 항목을 통해 도출한 응답자들의 평균 만족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3점. ‘수우미양가’ 중 ‘가’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다.

업종별로 만족도를 분석해보니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업종은 ‘부동산/임대업(75점)’이었고, ‘건설/토목업’이 69.6점, ‘공공/의료/사회기반사업’이 68.3점으로 나타났으며, ‘운수업’은 25점으로 15개 업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업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것은 ‘공공기관/공기업’으로, 70.2점으로 평가됐다. 이어 ‘중견기업이 61.3점, 중소기업 60.6점, 대기업 60.3점으로 나타났으며, 스타트업/벤처기업은 53.9점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만족했다는 입장과 불만족스러웠다는 입장 각각의 근거를 물었다. 만족스러웠다는 응답자들은 ‘희망 직무에 관련된 일을 배울 수 있었다(26%)’, ‘기업의 분위기나 조직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23%)’, ‘사회 생활이 어떤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19%)’,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이 생겼다(16%)’ 등의 답변을 내놨다.

불만족스러웠다는 입장을 표한 응답자들의 24%는 ‘평균보다 낮은 인턴 급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으며, ‘단순 업무만을 반복적으로 진행했기 때문’과 ‘인턴십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않았기 때문’(각 15%)’ 등을 문제 삼았다. 기타 답변으로는 ‘항상 무시 당했다’,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 ‘아파도 쉴 수 없었던 데다 몸 관리를 못한다고 욕을 먹었다’, ‘정직원 전환을 미끼로 쓸 수 있는 만큼 부려놓고 일주일 전에 퇴사 통보’ 등의 사례가 이어졌다.

과연 이들의 성실한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을까. ‘인턴 근무를 했던 당사 정규직원으로 전환 채용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20%만이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되었다’고 답했고, 과반수의 인원은 ‘계약종료로 인한 퇴사(58%)’ 처리되었다고 답했다. 이 밖에 10%는 ‘계약직/인턴 등 비정규직의 형태로 계약을 연장했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간 인크루트 회원 5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비율은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 34%, 직장인 60%, 기타 6%로 구성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 내 ±4.27%이다.

동아닷컴 최용석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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